모아인포스
뉴스연예경제IT/테크라이프스포츠

UFC321 아부다비 리캡: 박준용 판정패, 아스피날-간 타이틀전 ‘무효’…남은 질문들

2025년 10월 26일 · 59 read
URL 복사
카카오 공유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한 장의 대진표가 준 기대만큼이나 반전도 컸다. 박준용은 미들급 강자 이크람 알리스케로프에게 고전 끝에 판정으로 물러났고, 헤비급 타이틀전은 우발적인 파울로 사상 초유의 ‘무효’ 선언이 내려졌다. 결과만 적어두기엔 아쉬워, 장면과 의미를 차근차근 되짚었다.

대회의 큰 그림: UFC321이 남긴 한 줄

아부다비 야스섬에서 열린 UFC321은 메인이벤트와 언더카드 모두에서 ‘예상 밖’의 장면을 남겼다. 메인이벤트에선 헤비급 타이틀전이 우발적 파울로 무효 처리되며 허탈함을 남겼고, 한국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박준용은 랭킹권급 실력으로 평가받는 알리스케로프의 그래플링에 막혀 만장일치 판정을 내줬다. 화끈함보단 해석의 시간을 요구한 대회였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될 공 카드였다.

결과만 보면 아쉬움이 앞서지만, 경기 내용은 분명 배울 점을 남겼다. 박준용의 잽과 카운터 타이밍은 유효했고, 알리스케로프의 테이크다운 연계와 상위 컨트롤은 교과서적이었다. 타이틀전의 무효 선언은 규정과 심판 재량, 선수 안전의 경계에 대해 팬들에게 다시 생각할 기회를 던졌다.

박준용 vs 알리스케로프: 레인지와 그라운드의 격차

박준용은 경기 초반 전진하는 상대의 타이밍을 잽과 스트레이트로 끊으며 출발했다. 스텝을 활용해 킥 거리를 조절하고, 알리스케로프의 하이 가드가 열리는 순간 바디-헤드 전환을 섞는 모습도 보였다. 문제는 1라운드 막판 허용한 첫 테이크다운이었다. 데미지 자체보다는 흐름의 전환, 즉 ‘포지션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긴 장면이 컸다.

알리스케로프는 세계 컴뱃삼보 챔피언 출신답게 케이지 펜스에서의 압박과 레슬 체인(더블/싱글 전환, 레그 리포지셔닝)이 매끄러웠다. 한 번 엉덩이가 매트에 닿으면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드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단순 힘 싸움이 아닌 구조적 우위를 가져간 경기였다.

라운드별 흐름 복기와 전술 포인트

1라운드: 타격 주도, 그러나 막판 실점

거리 싸움에선 박준용이 앞섰다. 잽이 자주 닿았고, 알리스케로프의 전진 타이밍에 카운터 라이트가 두 차례 깔끔히 들어갔다. 하지만 종료 직전 펜스 백으로 몰리며 테이크다운이 허용됐고, 그 순간부터 알리스케로프는 다음 라운드 운영의 힌트를 얻었다.

2라운드: 그래플링 비중 상승

알리스케로프는 타격 교환을 최소화했다. 더블에서 싱글로 전환하고, 실패 시 바로 바디 락으로 갈아타는 교과서적인 체인을 사용했다. 박준용은 언더훅으로 버티며 일어났지만, 그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흘렀다. 케이지 공방이 길어질수록 유효타 차이는 줄고, 판정 기준 중 하나인 ‘옥타곤 컨트롤’에서 점수를 내주게 된다.

3라운드: 초반 압박 vs 상위 컨트롤

박준용이 초반 타격으로 다시 주도권을 되찾는 듯했지만, 알리스케로프의 테이크다운이 재차 성공하며 흐름이 고착됐다. 상위 포지션에서의 압박과 헤드 포지션으로 상체를 묶어 놓는 운영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반격의 시동을 걸기엔 시간이 모자랐다.

무엇이 승부를 갈랐나: 데이터로 보는 관건

이 대결의 핵심은 ‘첫 테이크다운 이후의 라운드 운영’이었다. MMA에서 중요한 건 기술의 총량만이 아니라, 한 번 흐름이 넘어간 뒤 돌아오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시간이다. 알리스케로프는 테이크다운 직후에 곧바로 컨트롤 지표를 쌓았고, 그로 인해 심판들의 라운드 체감이 명확해졌다.

  • 엔트리 다양성: 더블/싱글/바디락 전환, 레그 트랩 활용
  • 펜스 공방 시간: 타격 대비 그래플링 체류 시간이 길어짐
  • 리셋 불가: 일어나더라도 즉각적인 타격 전환이 어려웠음

박준용에게 남은 과제는 ‘리셋 속도’다. 일어나자마자 잽으로 리듬을 끊어 흐름을 되가져오는 연결이 필요하다. 또한 스프로 올가드(스프롤) 성공 이후의 공격 전환—특히 바디샷과 킥으로 상대의 레벨 체인지를 주저하게 만드는 선택—이 다음 과제로 보인다.

헤비급 타이틀전 ‘무효’의 의미와 규정

메인이벤트의 장면은 어쩌면 가장 논쟁적인 순간이었다. 1라운드 4분 35초경, 간의 손가락이 아스피날의 오른쪽 눈을 깊게 찌르며 경기가 중단됐다. 회복 시간 5분이 주어졌지만 아스피날은 시야 확보가 어려웠고, 심판은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무효(No Contest)’를 선언했다.

규정 상 우발적 파울이 라운드 초반에 발생해 경기 지속이 불가능하면 무효가 된다. 반칙승 또는 기술적 판정으로 흐르는 시점은 라운드 경과와 의도성 여부, 그리고 의료진 소견을 종합해 결정된다. 이번 경우는 선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본 판단이었다고 해석된다.

“팬들의 야유가 컸지만, 눈 관련 파울은 후유증 위험이 크다. 안전과 공정성 사이에서 무효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였다.”

참고: 장갑 형태와 손가락 노출 구조는 눈 찌르기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 몇 년째 개선 논의가 이어지는 배경이다.

아스피날-간, 재대결 전에 풀어야 할 변수

의료적 체크와 회복

아스피날은 즉시 병원으로 이동했다. 시력과 각막 손상 여부는 무엇보다 우선이다. 완치 판정과 충분한 훈련 복귀 시간이 확보돼야 재대결 일정 논의가 현실화된다.

경기 설계의 재점검

간은 거리 관리와 킥-잽 조합이 주무기다. 이번처럼 손가락이 뻗는 형태로 잽을 던질 때는 각도를 바꾸거나 핑거 컬을 더 강제하는 미세 습관 교정이 필요하다. 아스피날은 초반부터 리듬을 올려 케이지 중앙을 점유하는 스타일인데, 재대결에선 초장부터 타격 교환 빈도를 높이되, 클린치 인게이지 시 그립 파이트에서 우위를 점하는 세팅이 관건이 될 수 있다.

프로모션 레벨 변수

리매치는 예정이 언급됐지만 날짜는 미정이다. 같은 카드에 또 다른 헤비급 매치를 얹어 벨트의 당위성을 강화하는 연출도 가능하다. 흥행과 스포츠 윤리 사이에서, 팬들을 납득시키는 카드 설계가 요구된다.

미들급/헤비급 향후 판도 전망

미들급에선 알리스케로프가 사실상 ‘랭킹권 실력’을 공인받았다. 상위권으로의 진입 속도는 매칭과 시기 조율에 달렸지만, 그래플링 베이스에 타격 보완이 된 스타일이어서 누구와 붙여도 테스트가 된다. 박준용은 탑15 문 앞에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잽과 카운터 타이밍은 분명했다. 그래플링 디펜스와 리셋 속도가 개선되면 다음 기회는 충분하다.

헤비급은 타이틀 공백의 ‘느낌’이 생겼다. 무효는 벨트를 빼앗지 않지만, 정식 방어전이 치러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컨텐더군의 인내심이 시험대에 오른다. 재대결이 성사되기 전, 임시로 상위권 매치업을 강화해 흐름을 유지하는 선택도 나올 수 있다.

팬들이 주목한 포인트와 현장 분위기

  • 현장 반응: 타이틀전 무효 선언 직후 야유가 컸지만, 의료진 개입과 공식 판정 안내 뒤엔 다소 잦아들었다.
  • 기술 관전 포인트: 알리스케로프의 펜스 압박 루틴—레벨 체인지 후 힙 라인 제어—가 깔끔했다.
  • 멘탈 게임: 박준용은 끝까지 탈출을 시도했고, 타격 교환에서 경쟁력을 보였다. 다음 매치업에 긍정적 신호.
  • 규정 리마인드: 우발적 파울의 처리 기준과 회복 시간, 심판 재량의 비중을 팬들도 함께 재학습한 밤.

정리: 다음 카드에서 보고 싶은 것들

UFC321은 ‘결과’보다 ‘맥락’이 더 오래 남을 이벤트였다. 박준용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충분히 보여줬고, 동시에 어디를 더 다듬어야 하는지도 확인했다. 알리스케로프는 상위권을 향해 몸을 기울였고, 헤비급은 재대결이라는 숙제를 떠안았다.

다음 대회에서 기대하는 건 두 가지다. 첫째, 박준용의 리셋 속도 개선이 실제 경기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둘째, 아스피날-간의 재대결에서 안전수칙과 경기 설계가 어떤 균형점을 찾는지다. 팬들은 결과보다 ‘납득’을 원한다. 오늘의 해프닝이 다음엔 더 나은 공방으로 되돌아오길 바란다.

부록: 관전 메모

- 체력 배분: 펜스 공방이 길어질수록 카디오 부담이 커진다. 라운드 초반엔 각을 넓게, 후반엔 짧게 싸우는 리듬 쪼개기가 중요하다.
- 잽의 가치: 그래플러와 맞붙을 때일수록 잽은 단순한 점수 수단을 넘어, 상대의 레벨 체인지를 늦추는 방패 역할을 한다.
- 안전과 규정: 장갑 개선과 파울 예방 교육은 여전히 진행형 과제다.

UFC321 미들급 헤비급 아부다비 경기리캡
테이크다운 디펜스 옥타곤 컨트롤 무효 판정
같은 카테고리 게시물
최근 다른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