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322, 마카체프 웰터급 등극…두 체급 제패와 16연승의 역사
라이트급을 지배하던 이슬람 마카체프가 생애 첫 웰터급 경기에서 잭 델라 마달레나를 완벽히 봉쇄하며 더블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그래플링 중심의 승리 공식, 16연승 타이 기록, 그리고 향후 타이틀전 지형까지 차분하게 정리했습니다.
UFC 322 한눈에 보기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UFC 322는 대진 발표 당시부터 웰터급 흐름을 통째로 흔들어 놓을 카드였습니다. 라이트급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이슬람 마카체프가 벨트를 내려놓고 상위 체급으로 올라왔고, 웰터급의 신흥 강자 잭 델라 마달레나는 타격의 날카로움으로 챔피언 자리를 지켜왔죠. 결과는 판정이었지만 내용은 일방적이었습니다.
5라운드 내내 리스크를 최소화한 포지셔닝과 그라운드 컨트롤, 적절한 킥으로 상대의 하체를 묶는 운영이 조화를 이루며 경기 흐름을 끝까지 틀어쥐었습니다. 단순히 ‘테이크다운 많이 했다’가 아니라, 한 번의 진입으로 라운드 전체를 지배하는 효율, 이것이 이번 밤의 핵심이었습니다.
메인이벤트: 마카체프의 지배 구조
스코어카드 50-45가 말하듯, 라운드마다 승부의 결은 비슷했습니다. 초반엔 원거리 탐색과 킥으로 공간을 가늠했고, 첫 타격 교환에서 위험을 보이기보다 각도를 바꾸는 스텝으로 케이지 중앙을 점유했습니다. 이후 타이밍이 왔을 때 과감하기보다 ‘정확하게’ 레벨 체인지, 바로 그 지점에서 승부가 갈렸습니다.
테이크다운 성공 이후가 더 인상적이었는데, 강제로 그라운드에서 긴 시간을 보내게 하며 상체를 눌러두는 컨트롤과 하프가드 압박이 섞였습니다. 델라 마달레나가 스크램블을 시도할 때는 백테이크 각도를 열며 체중을 분산, 곧바로 다시 상위 포지션을 회복하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타격 교환에서도 완전히 수세는 아니었습니다. 카프킥은 대놓고 다리를 부수겠다는 의도라기보다, 델라 마달레나의 진입 개시 타이밍을 반 박자 늦추는 장치로 쓰였고, 그로 인해 펀치 콤비네이션의 첫 손이 비는 순간들이 늘어났습니다. 타격을 위협으로만 쓰고, 그래플링에서 확실히 이기는 형태. 이 조합은 상위 체급에서도 유효했습니다.
승부를 가른 기술 포인트
1) 한 번의 테이크다운으로 한 라운드를
라운드 초반에 성공한 테이크다운을 라운드 종료까지 연결하는 능력은 드물고, 체력·균형 감각·포지션 이해도가 함께 받쳐줘야 합니다. 마카체프는 하프가드와 사이드 컨트롤을 오가며 상체를 고정, 하체로는 힙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상대의 브리지 각도를 봉쇄했습니다. 델라 마달레나는 기술적 대응이 나쁘지 않았지만, 그라운드에서의 의사결정 시간이 길어질수록 포인트와 체력이 동시에 빠져나갔죠.
2) 킥으로 리듬 끊기
카프킥은 데미지 축적뿐 아니라, 카운터 빈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델라 마달레나 특유의 전진 타이밍을 무디게 만들며, 잽-라이트의 직선 진입을 가로로 벌려 놓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이 미세한 리듬 붕괴가 테이크다운의 성공 확률을 키웠습니다.
3) 위험 관리
눈에 띄는 하이리스크 장면이 거의 없었습니다. 케이지 컨트롤 상황에서 클린치 브레이크 타이밍에도 무리한 니나 엘보를 자제했고, 포지션을 잃을 수 있는 과한 서브미션 시도도 줄였습니다. 강점의 영역에서 최대한 오래 머무는 것, 타이틀전에서는 이 기본기가 승부를 가릅니다.
더블 챔피언 스토리와 의미
라이트급에서 이미 정상에 올랐던 마카체프가 웰터급에 도전한 이유는 단순 호기심이 아니라 확고한 목표 설정이었습니다. 감량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진 상태에서 5라운드를 동일한 강도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실제로 페이스가 거의 꺾이지 않았습니다. 더블 챔피언의 상징성은 단순한 타이틀 수집을 넘어, 체급이 달라져도 통하는 경기 철학을 증명했다는 데 있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띈 건 팀의 일관성입니다.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와 쌓아 온 ‘컨트롤 우선’ 철학이 상위 체급에서도 그대로 구현됐고, 코너에서의 간결한 지시가 라운드마다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스타일을 바꾸지 않고 상대를 바꾸게 만든 셈이죠.
16연승 타이 기록과 다음 과제
이번 승리로 마카체프는 16연승 고지에 올라 역사적 타이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기록은 숫자지만, 그 안에는 ‘변수 관리’와 ‘부상 방지’, ‘컨디션 피크 시점 조절’ 같은 보이지 않는 역량이 녹아 있습니다. 다음 경기에서 이 기록을 단독으로 가져올 수 있을지, 변수는 상대 스타일과 준비 기간, 그리고 빠른 복귀 여부입니다.
포인트: 웰터급에서의 첫 방어전은 기록 자체보다 스타일 매치업이 더 중요합니다. 그라운드 디펜스가 탄탄한 레슬러형, 혹은 원거리 킥으로 템포를 흔드는 스트라이커형 중 누구와 만나느냐에 따라 승부의 결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웰터급 판도 변화
같은 대회에서 상위 랭커들의 결과가 뒤섞이며 다음 도전자 레이스가 복잡해졌습니다. 강한 체급은 늘 그렇듯 ‘누가 더 잘하느냐’보다 ‘누가 더 나쁜 매치업을 피하느냐’의 싸움이 되곤 합니다. 마카체프에게 까다로운 유형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첫째, 테이크다운 초기 방어가 단단하고, 바닥에서 하위 포지션을 길게 허용하지 않는 체급 고유의 레슬러. 둘째, 킥과 풋워크로 거리를 지속적으로 바꾸며 클린치를 열기 어렵게 만드는 롱레인지 스트라이커입니다.
차기 타이틀전 윤곽은 상위권 맞대결 결과에 좌우되겠지만, 챔피언 입장에서는 누가 올라오든 ‘첫 진입을 통제할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첫 테이크다운을 내주지 않더라도, 클린치에서의 어퍼보디 락과 레그 트립으로 변주를 주는 플랜 B가 준비돼 있다면 방어전의 리스크가 크게 줄어듭니다.
웰터급 전략
그래플링 메타
코메인이벤트: 셰브첸코의 완성형 운영
여성 플라이급 타이틀전은 ‘정석’이 무엇인지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셰브첸코는 거리를 읽는 능력이 뛰어나고, 교과서 같은 카운터 타이밍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킥과 카운터 잽으로 거리를 조절하며 라운드를 설계했고, 필요할 때는 테이크다운으로 리듬을 바꿨습니다.
테이크다운 성공 이후 상체 컨트롤과 짧은 엘보, 그리고 리스크가 적은 바디 공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라운드 말미에 굳이 마무리 서브미션을 무리하게 노리지 않고, 포지션을 유지하며 점수를 쌓는 방향을 선택했죠. 타이틀전에서 ‘안 지는 운영’은 그 자체로 강함입니다.
백악관 흥행 카드? 다음 무대 관전 포인트
마카체프가 공개적으로 밝혀 화제가 된 ‘백악관 대회’ 출전 의사는 흥행 측면에서 상징성이 큽니다. 개최지의 상징성은 선수 컨디션에 직접 영향은 없지만, 이벤트 규모가 커질수록 준비 기간과 미디어 일정이 늘어납니다. 챔피언 팀이 이 부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페이스 유지의 관건입니다.
흥행을 떠나 싸움 자체로 보면, 마카체프에게 필요한 건 ‘초반 3분 내 주도권 확립’입니다.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롱레인지 스트라이커는 킥 데미지를 누적시키고, 레슬러는 언더훅 싸움에서 체력 우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첫 진입과 첫 케이지 백 컨트롤이 잡히면, 경기는 자연스럽게 그의 궤도로 흘러갑니다.
간단 Q&A
Q. 마카체프의 승리 공식은 상위 체급에서도 통할까?
A. 통합니다. 다만 상대에 따라 진입 각도를 바꾸는 세부 조정이 필수입니다. 하프가드 압박과 백컨트롤 전환이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킥으로 리듬을 자르는 빈도 조절이 관건입니다.
Q. 웰터급 첫 방어전에서 경계해야 할 유형은?
A. 클린치에서 버티는 힘이 좋은 레슬러형, 그리고 킥 사거리가 긴 아웃파이터형입니다. 전자는 스크램블에서 상체 교착전을 길게 끌고 가며, 후자는 라운드 후반 페이스를 빼앗습니다.
Q. 셰브첸코가 보여준 핵심은?
A. ‘리스크 최소화 + 점수 극대화’입니다. 거리를 읽고, 필요한 순간에만 레벨을 바꾸는 운영. 타이틀전의 모범답안이라 할 만합니다.
정리: 기록, 내용, 그리고 다음
UFC 322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또렷했습니다. 마카체프는 체급을 올려도 바뀌지 않는 싸움의 원리를 증명했고, 웰터급은 그 순간부터 새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남은 건 첫 방어전이 어떤 스타일과 맞물리느냐, 그리고 16연승의 숫자를 ‘단독’으로 바꿀 수 있느냐입니다. 답은 그의 장점이 아니라, 약점을 얼마나 잘 숨기느냐에서 나올 겁니다.
그리고 하나 더, 타이틀전은 종종 화려한 피니시보다 ‘지루할 정도로 완벽한 운영’이 더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UFC 322의 밤이 바로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