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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한일전, 9회말 동점포로 10연패 끊은 값진 무승부

2025년 11월 17일 · 19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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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돔의 공기가 멈췄던 순간, 9회말 2아웃에서 우중간 담장을 넘긴 동점 홈런 한 방이 흐름을 뒤집었습니다. 전날 대패의 여운을 털어내며 7-7로 비긴 한국은 연패 사슬을 끊었고, 젊은 힘과 과제가 동시에 보인 밤이었습니다.

경기 한눈에: 스코어와 흐름

초반 흐름은 한국이 잡았습니다. 3회말, 볼넷과 장타, 그리고 과감한 주루로 먼저 균열을 냈고 스코어 3-0으로 앞서나가며 도쿄돔의 분위기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중반 불펜 진입과 동시에 일본 타선의 집중력이 살아나며 동점, 그리고 역전까지 이어졌죠.

스코어보드는 롤러코스터였습니다. 3-0 리드에서 3-3 동점, 4-3 재역전, 다시 4-6으로 끌려가다 5-7. 그대로 끝날 듯 보였던 경기는 8회말과 9회말, 두 개의 솔로 홈런으로 7-7이 됐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무승부지만, 경기 내막은 훨씬 복합적이었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타선은 기회를 만들고 쫓아가는 힘을 보여줬고, 마운드는 제구와 규정 적응 이슈를 동시에 노출했습니다. 그 사이에서 벤치의 교체 타이밍과 작전 선택이 성패를 가르는 디테일로 떠올랐습니다.

결정적 장면: 9회말 2아웃의 한 스윙

경기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에 압축돼 있었습니다. 일본이 자랑하는 마무리 투수, 묵직한 속구를 앞세운 오타를 마주한 9회말 2아웃. 볼 카운트는 불리했고, 패배 분위기는 이미 익숙한 공기처럼 경기장을 감쌌습니다.

그때 나온 것이 결단력 있는 스윙이었습니다. 빠른 직구 라인을 놓치지 않고 밀어 올린 타구는 우중간 상단으로 뻗어가더니 펜스를 넘겼습니다.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 선수단의 표정이 바뀌었고, 더그아웃은 단번에 살아났습니다. 홈런 자체보다 값진 것은 ‘포기하지 않는 타석의 태도’였죠.

마지막 대타 카드로 삼진을 당하며 경기가 끝난 건 아쉬웠지만, 그 이전까지 이어진 타석 집중력과 응집력은 무승부 이상의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한 방은 스코어만 바꾼 게 아니라, 한국 야구가 다시 고개를 들게 만든 장면이었습니다.

공격 포인트: 집요함이 만든 득점

초반 주도권: 선택과 실행

3회말, 볼넷으로 만든 출루가 곧바로 좌측 장타로 이어지며 무사 2, 3루. 이후 삼진으로 끊길 수 있었던 흐름을 다시 볼넷으로 이어가고, 우측 방향의 강한 타구로 선취점을 뽑아냈습니다. 이때 인상적이었던 건 타자들이 구속에 주눅 들지 않고, 볼카운트를 길게 가져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공을 기다린 태도였습니다.

더블스틸: 타이밍을 낚다

1루 주자의 스타트와 3루 주자의 홈 쇄도를 결합한 더블스틸은 일본 배터리를 향한 심리전이었습니다. 투수-포수의 송구 라인을 흔들어 한 박자 앞서 득점을 올린 선택. 이런 작전은 단발로 보이지만, 투수의 주의 분산과 수비 밸런스를 무너뜨려 이후 타석에도 잔상을 남깁니다.

후반 추격: 담대한 스윙의 가치

7회말 희생플라이, 8회말 솔로포, 9회말 동점포. 공통점은 “상황이 어려울수록 스윙을 줄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무리한 풀스윙이 아니라, 준비된 구간에서 자신 있게 힘을 실어 올린 스윙. 국제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이 퀄리티 스윙 유지인데, 이날은 그 장면들이 분명히 보였습니다.

투구 이슈: 볼넷과 국제 규정 적응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숙제는 명확합니다. 과도한 사사구입니다. 첫 경기에서 두 자릿수 볼넷이 나왔고, 두 번째 경기에서도 밀어내기 볼넷이 반복됐습니다. 국제 무대에서는 한 이닝의 두 볼넷이 실점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스트라이크로 승부를 시작하라’는 단순한 원칙이지만, 실천이 답입니다.

여기에 국제 규정 적응이 맞물렸습니다. 구원투수의 세 타자 의무 상대, 더 빠른 피치클록, 그리고 인간 심판의 넓고 좁은 존 변화. 이 세 가지는 투수의 루틴을 흔듭니다. 루틴이 무너지면, 자신 있는 코스가 짧아지고 카운트 싸움에서 밀리죠. 그 결과가 볼넷입니다.

해법은 훈련과 선택의 단순화에 있습니다. 피치클록 안에서의 프리셋 동작 통일, 주자 유무와 관계없이 기본 콜링 세트 마련, 카운트 선점 시 승부 구간 명확화. 복잡한 선택지를 줄이고, 투수의 첫 공을 스트라이크로 세팅하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젊은 타선의 발견과 의미

시리즈 내내 가장 밝았던 대목은 젊은 타자들의 존재감입니다. 힘으로만 풀지 않고, 타구 방향과 상황 타격을 섞어가며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장타를 보유한 타자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스윙의 크기를 줄이지 않았다는 점은 다음 국제대회에서도 유효한 무기입니다.

신인급 선수들의 담대한 표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초반 삼진이나 불리한 카운트에 주눅 들지 않고, 재차 파울로 버티며 자신이 원하는 코스로 끌고 왔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볼넷-장타 동시 보유 프로파일을 가진 타자층이 두터워져야 합니다. 이런 유형은 대회 후반으로 갈수록 승부를 바꿉니다.

이날처럼 만루에서 짧게 때려 점수를 내고, 다시 장타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길게-짧게’의 리듬이 자주 나오려면, 벤치의 대타 카드와 작전 시퀀스가 조금 더 선제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젊은 타선의 에너지를 타이밍 좋게 터뜨리면, 경기 흐름을 많이 당길 수 있습니다.

전술 노트: 도루, 더블스틸, 선택과 집중

더블스틸은 결과도 좋았지만 과정이 더 돋보였습니다. 스타트 타이밍을 포수 송구 이전으로 끊고, 투수의 1루 견제 빈도를 낮추면서 ‘첫 움직임’을 선점했습니다. 이런 장면은 단순히 한 점을 넘어, 이후 타석에서 인사이드 하이 패스트볼 비율을 줄이는 파급효과를 냅니다.

반대로 주루사 장면도 있었습니다. 중견수 앞으로 강하게 떨어진 타구에서 홈까지의 과감한 전개는 좋았지만, 마지막 3피트 구간에서의 슬라이딩 선택과 코스 이탈 여지가 아쉬웠습니다. 국제전에서는 외야의 송구 정확도가 높고, 중계 플레이가 매끈하기 때문에 ‘득점 기대치 0.70 이상일 때만 홈 쇄도’ 같은 팀 룰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날 벤치의 주루 작전은 전체적으로 공격적이었고, 그 성향 자체는 긍정적입니다. 다만 점수 차와 이닝, 타순 위치에 따라 리스크-리턴을 재조정하면 불필요한 아웃카운트를 줄일 수 있습니다.

데이터로 읽는 한일전 과제

볼넷의 무게

국제전에서 9이닝 기준 볼넷 5개를 넘기면 승률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건 익숙한 수치입니다. 이날처럼 밀어내기 볼넷까지 나오면 수비 전환 템포도 끊어집니다. 1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62%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단기 목표입니다. 이 비율이 확보되면 슬라이더/체인지업의 유인구 가치가 살아나죠.

첫 공 승부와 파울 컨택

타선은 첫 공부터 적극적으로 들어가는 일본 투수들과의 싸움에서 파울 컨택으로 카운트를 늘리며 투구 수를 끌어올렸습니다. 후반에 나온 실투는 이 누적 피로의 부산물입니다. 다음 대회에서도 이 접근은 유효합니다.

수비 포지셔닝

일본 타선은 좌우 코스 조절이 탁월합니다. 시프트를 과하게 가져가기보다, 핫존-콜드존에 따른 반 발 미세 조정이 더 현실적입니다. 외야는 강한 송구를 앞세운 코너 외야가 라인 쪽 깊이를 줄이고, 중앙은 타구 질에 맞춘 2단계 전진-중간 포지션을 병행하는 식의 조정이 필요했습니다.

도쿄돔에서 느낀 현장감

돔 특유의 울림은 선수 심박에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한 타구, 한 볼판정에 탄성이 겹치고, 그 공기의 밀도는 투수에게는 피치클록 이상의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첫 타자와 첫 공이 중요합니다. 관중의 소음을 우리 쪽 루틴으로 흡수하려면, 시작을 우리가 가져와야 합니다.

관중석의 온도는 선수들의 표정에서 다시 돌아옵니다. 초반 리드 때는 여유가, 역전 허용 후에는 다짐이 나타났고, 마지막 동점포 이후에는 서로의 눈빛이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 눈빛을 다음 경기까지 가져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WBC를 향한 체크리스트

  • 피치클록 루틴 표준화: 주자 유무와 무관한 세트 포지션 2안 마련
  • 세 타자 의무 상대 시나리오: 위기 시 유도 땅볼 확률 높은 조합 사전 매칭
  • 1구 스트라이크 플랜: 상위 타선 상대로 초구 스트/볼 분배 규칙화
  • 대타 카드 사용 타이밍: 7회 이후 첫 주자 출루 시 선제 투입 원칙
  • 주루 리스크 규정: 외야 정면 타구 홈 쇄도 기준치 내부 공유
  • 수비 미세 시프트: 타자별 라인 타구 경향치 반 발 조정
  • 멘탈 리셋 프로토콜: 볼판정 편차 시 포수-투수 간 키워드 콜 도입

체크리스트는 화려하지 않지만 현실적입니다. 국제대회는 디테일에서 갈립니다. 작은 규칙이 큰 실점을 막고, 한 장면의 실수가 연쇄를 끊습니다.

마무리: 무승부 이상의 밤

한일전은 결과만으로 평가하기엔 늘 복잡합니다. 이날 무승부는 단순히 숫자 하나를 더한 게 아니라, 연패 흐름을 끊고 다음을 기약하게 해준 계기였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스코어보다 큰 메시지였습니다.

과제는 분명합니다. 볼넷, 규정 적응, 주루의 선택. 반대로 강점도 선명합니다. 젊은 타선의 파워와 견디는 타석, 벤치의 과감함. 그 둘의 간극을 줄이는 시간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도쿄의 밤이 남긴 감각이 사라지기 전에, 훈련장과 회의실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한일전은 우리에게 거울을 건넵니다. 이번엔 그 거울 속 얼굴이 조금 더 단단해 보였습니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오늘의 동점포가 서막이었음을 증명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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