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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X’ 김유정, 가면을 쓴 백아진으로 돌아왔다…빛과 어둠이 맞붙는 잔혹 성장극

2025년 11월 09일 · 18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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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친애하는 X’가 첫 공개와 함께 강한 여운을 남겼다. 김유정은 완벽한 미소 뒤에 균열을 숨긴 백아진으로 파격 변신했고, 고조되는 폭력의 회오리 속에서 사랑과 파멸의 경계선을 집요하게 밟아 나간다.

왜 지금 ‘친애하는 X’인가

최근 한국 드라마에서 악인을 전면에 세우는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친애하는 X’는 악을 교정하거나 벌하는 구도가 아니라, 악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떤 순간에 가면이 미소로 바뀌는지를 파고든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불편함과 연민 사이를 오간다. 바로 그 모호함이 이 작품의 강력한 동력이다.

사회가 규정한 선악의 경계가 무너진 자리에서 인물들은 자기 생존의 언어를 만든다. 이 드라마는 그 언어가 언제 폭력이 되고, 언제 구조 신호가 되는지를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초반부터 높은 수위를 내세우지만 자극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인물의 맥락을 촘촘히 엮어 의미를 환기한다.

백아진이라는 캐릭터의 구조

백아진은 단순한 ‘악녀’가 아니다. 그는 사랑받지 못한 시간의 총합이자, 생존을 위해 계산을 체화한 인물이다. 어린 시절의 학대와 방임, 그리고 어른들의 자기보호가 만든 냉소는 그를 무표정한 관찰자로 길러냈다. 이 캐릭터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먼저 파악하고, 가장 아픈 곳을 찌르며 판을 설계한다.

흥미로운 건 아진의 ‘정의’가 늘 목적이 아닌 ‘전략’이라는 점이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를 바로잡는 장면조차도, 실상은 자신의 위치를 안전하게 고정하기 위한 포석에 가깝다. 이 거리감이 시청자로 하여금 그를 영웅시하지 못하게 막고, 동시에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초반부 전개: 불편함과 흡인력의 공존

초반 1~4회는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왕복한다. 아이를 방패로 삼는 어른들, 권력으로 교실 생태계를 분류하는 학생들, 폭력의 사슬이 일상처럼 반복되는 공간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그 안에서 아진은 표정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판을 설계한다. 누군가는 이를 냉혈한으로, 누군가는 가면을 벗지 못한 생존자로 읽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여러 사건들은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나 불편함이야말로 작품이 의도한 감정이다. 폭력의 결과만 소비하는 대신,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선택이 또 다른 피해자를 어떻게 낳는지까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유정의 변신이 남긴 지점

김유정은 ‘밝음’의 이미지를 덜어내고, 단단한 침묵을 택했다. 미소가 곧 방어막이 되고, 고요가 곧 위협이 되는 얼굴. 카메라는 그 얼굴을 길게 붙잡으며 미세한 온도 변화를 따라간다. 감정을 과시하지 않는데도 장면이 깊게 박히는 이유다.

특히 ‘가면’의 물성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해법이 눈에 띈다. 그는 표정 근육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시선을 타이트하게 고정한다. 그 결과 인물의 의도가 대사보다 먼저 도착한다. 이건 배우의 몸 컨트롤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방식이다.

윤준서와의 관계, 지옥에서 맺은 공모

아진과 준서는 피로 묶이지 않은 가족이자, 서로의 결핍을 정확하게 아는 공모자다. 누군가가 부서질 때 다른 누군가도 동시에 금이 간다는 사실을 가장 가까이에서 배운 두 사람. 그래서 그들의 연대는 사랑이면서도, 서로를 더 깊은 곳으로 떠미는 힘이 된다.

준서는 말수가 적고 행동은 신중하다. 하지만 아진이 설계한 판 위에서는 가장 중요한 조각으로 움직인다. 두 사람의 관계는 로맨스의 달콤함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너를 지키는 일이 나를 무너뜨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딜레마를 꾸준히 들이밀며, 관계의 밀도를 키워간다.

연출 톤과 수위: 호불호의 갈림길

이 작품의 연출은 감정을 끌어올리는 데 주저함이 없다. 폭력 장면의 체감 수위도 높은 편이다. 호흡을 길게 끌며 관객을 장면 안에 붙들어 두는 방식은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다만 그 길어진 호흡이 결과의 잔혹함보다 ‘과정의 누적’을 강조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음향은 위험을 예고하기보다 침묵으로 압박을 준다. 색보정은 차갑지만 지나치게 어둡지 않다. 인물의 피부 톤을 살려 얼굴의 미세한 떨림을 읽게 하는 선택이, 이야기의 ‘감정 트래킹’에 큰 역할을 한다.

원작의 결을 드라마가 받아들이는 방식

‘친애하는 X’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는 원작의 핵심인물 구조와 주제의식을 가져오되, 장면 전환의 리듬과 시각적 압을 강화했다. 텍스트에서 암시로 남았던 감정의 잔혹함을 화면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수위가 올라갔고, 그만큼 캐릭터의 동기와 결과를 촘촘히 설명하려는 보완 장치도 추가됐다.

웹툰이 내적 독백과 프레임 구성으로 휘도를 조절했다면, 드라마는 배우의 얼굴과 침묵, 그리고 사운드의 공백을 활용한다. 미디어의 차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셈이다.

서브 캐릭터가 만드는 잔상

이야기의 무게추는 아진에게 실려 있지만, 주변 인물들이 만드는 굴절이 장면의 방향을 바꾼다. 학창 시절의 동년배들은 폭력의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어른들의 방식 그대로를 복제한 희생자이기도 하다. 권력과 빈부, 가정의 사정이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어떻게 위계로 바뀌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른들은 대부분 회피와 합리화에 능숙하다. 이들은 상황을 통제하려는 순간마다 책임을 외부로 떠넘기고, 결국 더 큰 폭력을 순환시킨다. 그 가운데 몇몇 인물은 예상과 다른 선택을 하며 균열을 만든다. 그 작은 균열이 향후 전개에서 중요한 복선이 된다.

장르적 재미와 윤리적 질문

‘친애하는 X’는 복수극의 문법을 품고 있지만, 응징의 카타르시스를 크게 노리지 않는다. 대신 캐릭터의 내적 논리를 끝까지 따라가며, 그 논리가 타인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묻는다. 시청자는 종종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지금 내가 응원하는 건 무엇이고, 그 응원이 정당한가?”

장르적 재미는 분명하다. 치밀한 설계, 예측을 비껴가는 타이밍, 한 박자 빠른 반전. 여기에 윤리적 불편함이 덧씌워지면서, 소비로 끝나지 않는 잔여 감정을 남긴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1) 가면의 균열이 어디서 시작되는가

아진의 가면은 이미 미세하게 갈라져 있다. 그 균열을 키우는 건 외부의 공격일 수도, 스스로의 죄책감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균열의 첫 원인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시즌의 정서를 결정할 것이다.

2) 공모와 구원의 거리

아진과 준서의 결속은 견고하지만, 공모가 깊어질수록 구원의 가능성은 멀어진다. 둘 중 하나라도 멈출 수 있을지, 혹은 끝까지 손을 맞잡은 채 더 아래로 내려갈지 지켜볼 대목이다.

3) 폭력의 대물림을 끊는 방식

작품은 폭력의 원인을 개인의 기질로 환원하지 않는다. 구조의 증폭이 어떻게 개인의 선택을 가두는지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고리를 끊는 장면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인물이, 어떤 선택으로, 어떤 대가를 치르며 끊어낼지 관심이 모인다.

시청 전 알아두면 좋은 점

  • 수위가 높은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감정적으로 눌릴 수 있으니 호흡을 조절해 보길 권한다.
  •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유예한 채 보는 편이, 인물의 맥락을 따라가기에 유리하다.
  • 복선이 잔잔하게 흩뿌려져 있다. 사소한 대사와 소도구에 의미가 숨어 있어 재관람의 재미도 있다.

정리하면, ‘친애하는 X’는 잔혹함을 전시하려는 작품이 아니다. 잔혹함을 낳는 구조를 끝까지 응시하려는 시도다. 불편함을 건너뛰지 않는 시청자라면 충분히 보상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 관람 소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침묵의 길이’다. 대사가 끊긴 뒤 몇 초간 남겨둔 공백이 장면의 잔여를 배가시킨다. 그 사이에 배우의 시선이 흔들리고, 관객의 해석이 움직인다. 이 리듬이 마음에 들어 초반 네 편을 단숨에 보게 됐다.

물론 피로감도 분명 존재한다. 폭력의 반복은 의도된 장치지만, 때로는 감정의 숨구멍이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을 지탱하는 것은 캐릭터의 일관된 논리다. 설득력이 유지되는 한, 이 이야기는 끝까지 밀고 나갈 힘이 있다.

마무리

‘친애하는 X’는 완벽한 미소 뒤에 숨어 있던 질문을 끌어올린다. “우리는 왜 어떤 사람의 추락에 눈을 뗄 수 없는가.” 이 작품은 답을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긴 시간을 들여 보는 이의 마음에 질문을 심는다. 그 질문이 남는 동안, 이 드라마는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친애하는X#김유정#티빙오리지널#스릴러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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