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베이글뮤지엄’ 20대 직원 사망 논란 확산…과로 의혹과 회사 해명, 무엇이 쟁점인가
한 베이커리 브랜드의 20대 직원이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되며 과로 의혹이 불거졌다. 유족은 장시간 노동과 식사 미보장을 주장했고, 회사는 평균 주당 40시간대 근무였다는 입장이다. 서로 다른 주장 속에서, 기록과 시스템은 무엇을 말할까.
사건 개요: 무엇이 알려졌나
브랜드 인천 지역 매장에서 근무하던 20대 직원이 여름에 회사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후, 유족은 고인의 근무 강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규 지점 준비와 매장 운영을 병행하면서 식사도 제때 하지 못했다는 정황이 전해지면서 여론은 ‘장시간 노동’ 문제로 빠르게 옮겨 갔다.
반면 회사는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대 중반 수준이었다고 설명한다. 내부 스케줄표와 급여명세, 근로계약서를 전달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일부 언론 보도에서 제시된 ‘주 80시간’ 수준의 장시간 노동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관계 당국은 근로시간 준수 여부, 계약서 적법성, 연장근로 관리의 실제 운영 등을 살펴볼 필요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기록, 승인, 보장이다.
엇갈린 주장: 유족의 과로 의혹 vs 회사의 해명
유족 측의 시각
유족은 교통 이용 내역, 메신저 기록 등 개인 디지털 발자취를 통해 추정한 근무 시간을 제시하며, 고인이 사망 전 수주 동안 과도한 노동을 지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개점 준비와 운영이 겹치는 시기에 식사 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을 핵심 근거로 든다.
회사 측의 시각
회사는 매장 관리자 직군의 기본 근무가 일 8~9시간 체계이며 월 8회 휴무를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공식 시스템상 연장근로 승인 기록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들어 ‘주 80시간’ 가설에 이견을 제기한다. 다만 매장 오픈 준비 등 특수 상황에서 미승인 연장근로가 일부 있었을 가능성 자체는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
핵심은 ‘체감 노동’이 아닌 ‘기록 가능한 노동’으로 법적·제도적 판단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결국 얼마나 객관적이고 연속적인 근태 데이터가 존재하는지가 관건이 된다.
핵심 쟁점 1: 근로시간 기록의 공백
이번 사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출퇴근 기록의 단절이다. 매장 출입을 위한 지문 인식기 등 전자적 출결 시스템이 설치됐으나, 초기 오류로 인해 해당 기간의 데이터가 온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 공백은 사실관계 규명에 직접적인 장애가 된다.
전자기록이 불완전할 경우, 법적 판단 과정에서는 스케줄표·업무 지시 내역·급여 항목(연장·야간·휴일 수당)·메신저 지시 기록·CCTV 운용 로그 등 보조 자료의 교차 검증이 중요해진다. 특히 매장 오픈 직전/직후 기간은 변동성이 커 평시 평균값만으로는 실제 노동시간과 강도를 설명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자주 벌어지는 문제는 ‘준비·마감 시간’의 누락이다. 매장 영업시간 외 재고 정리, 원재료 입고 확인, 위생 점검, 교육·브리핑 등은 수기로 처리될 때 기록에서 사라지기 쉽다. 이번 사건이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은 명확하다. “그 시간들은 어디에 남아 있는가?”
핵심 쟁점 2: 연장근로의 관리와 승인 체계
회사 측은 공식 시스템을 통해 연장근로를 신청·승인하도록 되어 있다고 밝힌다. 하지만 현장의 실제는 다를 수 있다. 오픈 준비처럼 시급한 일정이 겹치면, 직원은 ‘우선 처리 후 나중에 승인’ 관행에 기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신청·미승인 추가 노동이 발생하면, 통계상 평균 근로시간은 낮게 유지되는 반면, 개인은 실제 과로를 겪을 수 있다.
연장근로 관리의 관건은 ‘사전 승인’과 ‘사후 정산’의 이중 안전장치다. 사전 승인은 예측 가능한 초과근무를 관리하고, 사후 정산은 돌발 이슈로 생긴 초과근무를 누락 없이 수당과 기록에 반영한다. 둘 중 하나만 작동해도 누락은 줄지만, 둘 다 느슨하면 장시간 노동이 ‘통계 밖’에 머무른다.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개선은 “사후 정산 자동화”다. POS 마감 시간, 보안 출입 로그, 메시지 지시 시간, 배차·물류 입고 시간표를 자동 매칭해 초과근로 후보 시간을 직원에게 제시하고, 승인·정정 절차를 거쳐 급여에 반영하는 방식이 현장에서 작동성이 높다.
핵심 쟁점 3: 식사·휴게 보장과 작업 강도
식사와 휴게는 법적 의무이자 안전 문제다. 특히 매장 운영은 피크타임 편중이 심해, ‘식사를 미루는 선택’이 반복되면 실제로는 선택이 아닌 강요에 가까운 문화가 형성된다. 이번 논란에서 식사 결여 정황이 거론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휴게 보장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히 “휴게시간을 부여했다”는 선언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피크타임과 교대 인원, 대체 인력 호출 체계, 긴급상황시 핫라인 등 운영적 장치를 갖춰야 실질적 보장이 가능하다. 휴게가 보장됐다면 그 시간대에 POS·업무 앱 접속·메신저 확인이 차단됐는지까지 살피는 것이 공정하다.
한편, 신규 지점 오픈과 같은 이벤트는 물류·교육·홍보·운영 동시다발 업무로 인해 ‘평균값의 함정’을 낳는다. 오픈 전후 2~4주를 별도 관리구간으로 정의해, 인력 여유율을 높이고, 식사·휴게를 강제 체크아웃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법과 원칙: 주52시간제와 산업재해 판단 기준
주52시간제의 적용 포인트
주52시간제는 기본 근로 40시간과 연장 12시간 이내를 원칙으로 한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실제 근로시간의 확인 가능성(기록). 둘째, 연장근로의 사전·사후 관리. 고정 OT 관행, 스케줄표상의 형식적 배치, ‘대기시간’의 근로성 여부가 주요 분쟁 포인트다.
산업재해 판단에서의 과로 기준
과로 산재는 단기간 급격한 업무량 증가, 만성적 장시간 노동, 교대·야간 근무 증가 등 복합 요소로 본다. 단일 주차의 초과근로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사망 전 수주~수개월의 패턴과 이벤트(오픈, 리뉴얼, 재고조사 등)를 함께 본다. 따라서 특정 주의 수치와 회사 평균값 사이의 간극을 해소하려면, ‘기간별 가중치’를 적용한 분석이 적절하다.
결국 판단의 중심에는 “연속성과 객관성”이 있다. 끊기지 않은 기록, 서로 다른 데이터의 일치, 승인·정산의 흔적이 그것이다.
리테일·F&B 업계의 구조적 리스크
리테일·F&B 업계는 피크타임 집중, 오픈·프로모션 이벤트, 체력 의존적 업무가 결합되어 노동강도가 높게 형성되기 쉽다. 특히 빠른 확장 국면에서는 관리·지원 인프라가 매장 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리스크는 다음과 같다.
- 오픈/리뉴얼 국면의 인력 과소배치
- 출퇴근 기록 시스템의 초기 오류 및 보정 실패
- 연장근로 승인-정산 간극으로 인한 미지급/미기록
- 식사·휴게 보장의 형식화(피크타임 충돌)
- 관리자 ‘메신저 지시’가 비공식 연장근로로 축적
한 건의 비극 뒤에는 구조적 허점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시스템과 문화, 두 축을 동시에 개선해야 반복을 막을 수 있다.
사내 시스템 점검 체크리스트
현실적으로 다음 항목만 갖춰도 누락과 오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 전자출결 이중화: 지문/모바일 NFC + 서버 이중 저장, 장애 시 수기 예외 등록 자동 알림
- POS/물류/보안 로그 연동: 마감 시각과 출입 기록을 OT 후보로 자동 캡처
- 사전·사후 OT 프로세스: 미신청 시간 자동 제안 → 관리자 확인 → 급여 반영
- 오픈구간 특수 규정: 오픈 전후 4주 ‘강화보호구간’ 지정, 인력 여유율 상향, 휴게 강제 체크
- 식사·휴게 실효성 점검: 휴게 시간 중 업무 앱 알림 차단, 대체 인력 호출 버튼 운영
- 건강 위험 신호 감지: 장시간 연속 근무, 야간 증가, 휴무 연속 취소 시 자동 경보
- 데이터 투명성: 직원 본인이 월별 근로시간·OT·수당을 앱에서 상시 확인
핵심은 ‘기록의 신뢰성’과 ‘사후 정산의 습관화’다.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현장은 다시 개인 희생에 기대게 된다.
재발 방지를 위한 현실적 제안
운영 측면
매장별 OT 한도와 예산을 월 단위로 공개하고, 오픈구간에는 본사 지원 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또한 관리자 교육에서 ‘미승인 OT 금지’만 강조할 게 아니라 ‘사후 정산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문화 측면
식사·휴게를 업무의 일부로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피크 때 버티고 나중에 먹자’가 아니라 ‘교대 먹기’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대 가능한 다기능 인력 풀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다.
데이터 측면
출결·POS·물류·메신저 지시를 통합 대시보드로 묶어 이례치를 표출하고, 직원이 이의제기하면 48시간 내 처리하도록 SLA를 설정한다. 데이터가 곧 안전망이다.
소비자와 시민이 확인할 점
소비자는 브랜드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중요한 감시자다. 화제성보다 지속가능한 운영을 평가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기업이 근로제도 개선, 기록 투명화, 교육 강화 등을 실행에 옮기는지 담담히 점검하면 된다.
동시에, 사건의 진상은 조사와 절차를 통해 확인된다. 감정의 확증편향을 경계하면서, 객관적 기록과 제도의 작동 여부를 중심에 놓는 자세가 중요하다.
정리: 기록이 말할 수 있도록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브랜드의 문제가 아니다. 리테일·F&B 업계에서 되풀이돼 온 ‘보이지 않는 초과노동’과 ‘식사·휴게의 형식화’가 한 번 더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족의 고통과 회사의 해명이 대치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입견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기록이다.
출퇴근 데이터의 연속성, 연장근로 승인·정산의 실효성, 식사·휴게의 현실적 보장. 세 가지가 함께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장시간 노동의 그늘을 걷어낼 수 있다. 조사 결과가 어떻든, 이번 사건이 현장의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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