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 지르코늄89 중국 수출 돌파 글로벌 암진단 생태계 흔든다
국내 기술로 고순도 Zr-89 상용화에 성공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중국 시장에 진입했다. 긴 반감기와 정밀 분리기술을 앞세워 아시아 방사성동위원소 공급 허브를 노린다.
핵심만 짚는 브리핑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은 자체 생산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지르코늄-89(Zr-89)를 중국 파트너사에 수출하며 유럽·아프리카·동남아에 이어 공급 권역을 넓혔다. Zr-89는 PET 기반 정밀영상에서 약물의 체내 이동을 오래, 선명하게 추적할 수 있어 항체 신약 개발과 면역치료 모니터링에 널리 쓰인다.
이번 수출은 국산화 이후 꾸준히 고도화한 생산·분리·정제 역량의 결과다. 특히 자동 분리장치와 품질관리 알고리즘을 통해 99.9% 이상의 고순도를 구현하며, 임상·연구 현장에서 요구하는 일관된 스펙을 맞춘 것이 주효했다.
왜 지르코늄-89인가 긴 반감기가 여는 설계의 자유
Zr-89의 가장 큰 장점은 반감기다. 약 3.3일이라는 시간적 여유는 체내에서 천천히 표적에 결합하는 대분자 치료제, 특히 항체의 체내 분포를 따라가기에 적합하다. 짧은 반감기의 동위원소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느린 약동학’을 포착할 수 있다.
영상 진단 관점에서 Zr-89는 양전자 방출을 통해 PET로 고해상도 영상을 제공한다. 항체나 나노캐리어, 또는 표적 리간드에 표지해 투여하면, 시간대별로 장기-혈류-종양으로 이어지는 이동 경로를 정량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 데이터는 후보물질의 최적 용량, 투여 간격, 표적 적합성을 검증하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연구·임상 모두에 유용한 이유
- 면역항암제 검증: 종양 침투와 표적 결합 여부를 영상으로 확인
- 정밀진단: 재발 의심 부위나 미세 전이를 예민하게 탐지
- 개인맞춤: 환자별 약물 동태 차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투여 전략 수립
- 품질보증: 제형 변경·스케일업 단계에서 동등성 확인을 빠르게 수행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고순도를 확보하나
Zr-89는 통상 사이클로트론에서 89Y(이트륨-89)에 양성자를 조사해 생성한다. 원자력연은 자체 RFT-30 사이클로트론 기반으로 안정적인 빔 품질과 조사 조건을 확보해 생산 수율을 끌어올렸다. 이후 방사화학 공정에서 불순 동위원소와 금속 이온을 제거해 의약품 수준의 순도를 맞춘다.
핵심은 ‘분리-정제’다. 자동화된 분리장치와 공정 제어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작업자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배치 간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보고된 수치 기준 99.9% 이상의 고순도는 항체 표지 효율과 후속 합성 안정성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고순도일수록 표지 후 부산물이 적고, 주입액의 불필요한 금속 이온 경쟁이 줄어 화학적 안정성이 올라간다.
사이클로트론 조사 → 타깃 회수 → 용해 → 이온교환/추출 크로마토그래피 → 품질시험(QC) → 멸균여과·충전
방사화학적 순도, 금속 불순물(ppb) 프로파일, 방사선학적 동정, 엔도톡신/미생물, pH 및 용매 잔류량
안전성과 일관성을 높이는 장치들
자동화 공정에는 인터락 기반 안전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이는 비정상 압력·온도·선량률이 감지되면 즉시 라인을 차단해 작업자와 제품을 동시에 보호한다. 또한 공정 로그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배치별 성능을 정량적으로 비교·개선할 수 있어 장기 공급의 신뢰도를 만든다.
중국 진출의 의미 공급망과 임상 네트워크의 확대
중국은 대형 의료기관과 바이오텍이 빠르게 성장 중인 시장이다. 방사성의약품의 특성상 ‘반감기와의 싸움’을 효율적으로 치르려면 생산지-연구기관-임상현장을 잇는 물류 인프라가 중요하다. 현지 파트너사가 물류 네트워크와 임상 연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적용 속도를 크게 높인다.
이번 진출은 단순 판매 이상의 의미가 있다. 1) 안정 공급에 따른 장기 연구 과제 설계가 가능해지고, 2) 다기관 임상에서 동등한 품질의 동위원소를 확보해 데이터의 비교 가능성이 높아지며, 3) 아시아권 규제·평가 기준에 맞춘 공동 개발이 쉬워진다. 나아가 지역별 수요를 반영한 배치 계획과 공급 허브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다.
핵심은 ‘시간과 신뢰’. 긴 반감기와 고순도, 그리고 제시간에 도착하는 물류가 한 세트로 맞물릴 때 연구-임상-사업화가 속도를 낸다.
의료·바이오 현장에서의 실제 활용
PET로 보는 면역항암제의 발자취
항체 치료제는 표적 특이성이 생명이다. Zr-89로 표지하면 체내 분포를 시간차로 추적해 표적 결합의 강도와 지속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후보물질의 ‘가치 있는 실패’를 빠르게 판별해 R&D 비용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종양 진단과 치료 모니터링
표적 항체나 나노플랫폼과 결합한 Zr-89 추적 영상은 종양의 이질성, 미세 전이, 치료 반응성을 정량화하는 데 유용하다. 특히 초기 반응 판단에 영상 바이오마커를 활용하면 치료 전략을 조기에 바꿀 수 있어 환자 부담을 낮춘다.
나노바이오소재 개발
리포좀, 고분자 미셀, 금속-유기 골격체(MOF) 같은 전달체는 체내 체류 시간이 길어 Zr-89와 궁합이 좋다. 장기-장기 간 재분포, 배설 경로, 조직 축적을 시간별로 정량 분석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다.
품질과 물류 디테일 0.3mL가 품는 의미
공급 단위는 0.3mL 주사액으로, 용적은 작지만 방사능량은 충분히 설계된다. 이 작은 부피는 합성·표지 공정에서 희석과 반응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농도·고순도일수록 표지 반응의 재현성이 올라가고, 투여 전 준비 시간이 줄어든다.
물류 측면에서는 반감기를 고려한 스케줄링이 핵심이다. 출고 시점의 활도, 이동 거리, 통관 소요 시간을 반영해 도착 시점의 목표 방사능을 계산한다. 여기에는 예측 알고리즘과 실측 데이터를 함께 사용해 오차를 줄이는 노하우가 쌓인다.
– 출고 활동도 및 목표 시간점 정의
– 차폐 용기 규격과 라벨링 적합성 확인
– 통관·운송 인허가 문서 사전 점검
– 수령 기관의 QC 장비 캘리브레이션 상태 확인
자주 묻는 질문 간단 정리
Q. Zr-89는 어떤 표지 화학을 쓰나요
A. 일반적으로 킬레이터 기반(Df-계열 등)으로 금속 착물을 형성해 항체나 리간드에 결합한다. 고순도일수록 금속 경쟁 억제가 수월해 표지 수율과 안정성이 좋아진다.
Q. 임상용과 연구용의 차이는
A. GMP 수준의 제조·문서화·추적성, 멸균·엔도톡신 기준 등이 엄격해진다. 다만 연구 단계에서도 품질 프로파일의 일관성은 결과 해석에 결정적이므로 제조 데이터의 투명성이 중요하다.
Q. 반감기가 길면 피폭이 늘지 않나요
A. 적정 투여량 설계와 차폐·취급 수칙을 지키면 이점을 극대화하면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긴 반감기는 ‘관찰 가능한 시간 창’을 넓힌다는 의미이지 무조건 고선량을 뜻하진 않는다.
향후 전망 아시아 허브를 향한 다음 수
국제적으로 Zr-89 수요는 증가 추세다. 항체·세포치료·나노전달체 등 파이프라인이 다양해지면서 동위원소 수요 또한 세분화되고 있다. 원자력연의 장점은 안정적 생산 설비와 자동화 분리공정, 그리고 축적된 품질 데이터다. 이 조합은 장거리 물류와 다기관 연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기반이 된다.
향후에는 다음과 같은 확장이 기대된다. 1) 복수 허브 체계를 통한 리드 타임 단축, 2) 표지 키트와의 패키지형 공급으로 합성 장벽 완화, 3) 동위원소-항체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 전략과의 연계. 시장이 커질수록 ‘품질의 표준화’가 승부처가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품질을 전달하는 능력. 지르코늄-89는 그 시험대이자 기회다.
연구자가 체크하면 좋은 실무 팁
- 표지 전, 금속 이온 제거를 위한 버퍼·소재 프리트리트먼트를 꼼꼼히: 미량 금속이 표지 효율을 좌우
- 배치별 CoA(Certificate of Analysis) 보관과 실험 노트 매칭: 재현성 논쟁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
- 도착 활동도 기준으로 합성 스케줄을 역산: 반감기 손실을 최소화
- 초기 파일럿에선 소량 다회 테스트로 최적 조건을 확보한 뒤 본 생산으로 전환
현장은 디테일에서 갈립니다. 표지 수율 5% 차이가 최종 영상 콘트라스트를 갈라놓는 경우가 흔합니다. 장비 캘리브레이션, 버퍼 pH, 반응 시간, 여과 멤브레인 선택까지 하나하나가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