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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토끼’로 불린 신정동 연쇄살인, 20년 만에 피의자 특정…다른 납치 미수와는 별개

2025년 11월 21일 · 16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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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발생한 두 건의 연쇄살인 사건이 장기 미제로 남아 있었지만, 경찰이 사망자의 검체까지 추적하며 DNA를 일치시켜 피의자를 특정했습니다. 한편 2006년 ‘엽기토끼 신발장’으로 상징된 납치 미수 사건의 범인과는 동일인이 아닌 것으로 최종 정리됐습니다.

사건 개요와 ‘엽기토끼’ 별칭의 배경

사건의 시작점은 2005년 여름과 늦가을, 신정동 일대에서 발견된 두 여성의 변사였습니다. 피해자들은 목이 졸린 흔적이 있었고,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가 씌워진 채 끈으로 묶여 유기된 상태였습니다. 쌀포대나 돗자리 등이 함께 확인되며 수법의 반복성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사건에 ‘엽기토끼’라는 별칭이 얹힌 건 2015년 방송을 통해입니다. 2006년 신정역 인근에서 발생한 납치 미수 사건의 생존자가 범인의 거주 공간 일부에서 ‘엽기토끼 스티커가 붙은 신발장’을 봤다고 증언한 대목이 강렬하게 소비되면서, 두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일 것이라는 추정이 대중 서사에 빠르게 스며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찰 발표는 이 통념을 수정합니다. ‘엽기토끼’라는 상징이 신정동 연쇄살인의 진상을 대표하는 표지가 아니었음을 분명히 한 셈입니다.

두 건의 살인, 하나의 DNA

현장 증거의 연결고리

수사의 핵심은 두 현장에서 나온 증거물의 유전자 정보였습니다. 속옷과 노끈 등에서 동일한 DNA가 검출되며 두 사건이 동일범의 범행이라는 전제가 굳어졌습니다. 이는 사건을 한 축으로 모아 장기 추적 수사의 효율을 높인 결정적 단서였습니다.

모래 성분과 동선 가설

피해자 시신에서 공통적으로 모래가 확인되면서, 당시 서남권 공사 현장 종사자 및 신정동 출입자에 대한 대규모 대조가 진행됐습니다. 단순한 생체 증거뿐 아니라 환경성 흔적을 수사 범위를 설정하는 기준으로 삼은 점이 특징적입니다.

8년 미제, 20년 만의 실마리

관할서의 장기 수사에도 불구하고 피의자 특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사건은 2013년 미제로 분류됐고, 2016년 서울경찰청 미제사건전담팀이 사건을 재기동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1,500여 명의 DNA가 채취·대조됐고, 국제 공조까지 이어졌지만 일치하는 인물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수사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사망자 데이터까지 범위를 확장했고, 당시 사건 관계망에 있었던 56명을 후보군으로 선별했습니다. 그 가운데 신정동 인근 건물에서 관리인으로 근무했던 A씨가 유력 용의자로 좁혀졌습니다.

사망자까지 확대한 전수 추적

검체 확보의 난관과 돌파

A씨는 이미 2015년 사망해 화장된 상태였습니다. 일반적인 경로로는 DNA 비교가 불가능했지만, 경찰은 과거 진료 이력과 의료기관 보관 검체 가능성에 착안해 경기 남부권 병의원 수십 곳을 탐문했습니다. 결국 보관 중이던 검체를 확보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는 ‘현장 DNA와 일치’로 귀결됐습니다.

수사팀이 밝힌 요지는 간명합니다. “살인범은 저승까지 추적한다.” 이 수사 철학이, 실제로 사망자 검체 추적이라는 비전형적 루트로 이어졌고, 20년 미제를 닫았습니다.

수사 종결의 방식

피의자가 사망했기에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됩니다. 법적 책임 문제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지만, 범죄사실의 실체를 규명하고 유가족에게 공권력의 책임 있는 답을 제공한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엽기토끼 신발장’과 다른 사건이라는 점

대중의 기억을 강하게 자극했던 건 2006년 납치 미수 사건의 생존자 증언이었습니다. 신발장에 붙어 있던 ‘엽기토끼’ 스티커, 다세대 반지하, 집안 곳곳의 노끈 등 이미지화된 디테일은 쉽게 잊히지 않았죠.

하지만 이번에 특정된 연쇄살인 피의자 A씨는 2006년 당시 다른 범죄로 수감 중이었습니다. 즉, 물리적으로 납치 미수 사건의 범인이 될 수 없었습니다. 두 사건의 강력한 연상 작용이 실제 동일범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은, 범죄 기사와 대중 담론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지점입니다.

결론적으로, ‘엽기토끼’라는 별칭은 2006년 사건의 표지였고, 2005년 연쇄살인의 실체와는 분리해 보아야 합니다. 이번 발표는 그 경계를 공식적으로 정리했습니다.

수사기법과 교훈: 장기 미제의 판을 다시 짜다

전수 대조를 넘어 ‘사망자 데이터’로

전통적 수사에서 ‘사망자 후보군’은 후순위로 밀리기 쉬우나, 이번 사건은 그 순서를 바꾸었습니다. 생존자와 전과자, 출입자 전수조사로도 성과가 없을 때 사망자 검체라는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해 정답에 도달했습니다.

환경 증거의 활용

모래 성분이라는 비교적 주변적 흔적이 수사 대상을 지역·업종 중심으로 좁히는 ‘지도’를 제공했습니다. 장기 미제 수사에서 환경 흔적은 ‘행동반경’ 가설을 만드는 실용적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증거물 재감정의 타이밍

국과수 재감정을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것도 중요합니다. 분석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같은 증거에서도 더 선명한 신호를 캐낼 수 있습니다. 장기 사건일수록 재감정의 전략적 타이밍이 성패를 가릅니다.

지역 커뮤니티의 불안, 어떻게 흡수됐나

신정동 일대는 사건 이후 오랫동안 밤길 공포와 소문이 겹겹이 쌓였습니다. 비슷한 연령대 여성의 실종·스토킹 루머가 디지털 커뮤니티를 통해 증폭되면서, 사실과 추측이 뒤섞인 기억이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그 혼탁함을 일정 부분 해소합니다. 동일범의 범위, 사건의 시기, 공간, 수법이 재정렬되면서 ‘무엇이 사실이었는가’라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이 공급됐고, 이는 지역 사회의 안전감 회복에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습니다.

남은 과제: 기록, 치유, 그리고 예방

유가족과 생존자의 시간

사건의 매듭이 법정 판결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확인된 사실은 상실을 견뎌온 이들에게 ‘정의의 서사’를 다시 써볼 여지를 제공합니다. 기록과 추모, 실체 확인은 치유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예방의 관점에서 본 재발 방지

연쇄범죄는 반복성과 은닉성이 강합니다. 지역 치안망과 생활형 CCTV, 야간 동선의 안전 인프라, 피해 신고의 신속 연계 시스템 등 생활 안전 장치가 빈틈없이 이어져야 합니다. 또한 장기 미제 전담팀의 상시 운영과 증거물 보존·재감정 프로토콜의 고도화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합니다.

정리: 사실로 오해를 바로잡다

이번 사건의 핵심 포인트를 간단히 정리합니다.

  • 2005년 신정동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살인은 동일범의 소행으로 확인됨.
  • 피의자는 당시 신정동 인근 건물 관리인이었던 A씨로 특정됐으며, 이미 사망 상태.
  • A씨의 검체는 의료기관 보관분에서 확보되어 현장 DNA와 일치.
  • 2006년 ‘엽기토끼 신발장’으로 지칭된 납치 미수 사건의 범인과는 동일인이 아님.
  •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지만, 장기 미제 수사 프로토콜의 성과를 보여줌.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 강렬한 상징과 별칭은 기억을 돕지만, 때로는 진실을 흐리게 합니다. 이번 정리는 그런 의미에서, 사실을 사실의 자리로 돌려놓은 조정이었습니다.

#신정동연쇄살인 #엽기토끼 #장기미제 #DNA수사

이 글은 공개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주요 쟁점을 재구성해 사건의 흐름과 의미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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