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팍의 왕 세징야 폭발한 9월의 왕좌 다시 쓴 이유와 앞으로의 시그니처
대구FC의 심장, 세징야가 9월 K리그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며 통산 7번째 수상 기록을 세웠다. 단순한 ‘폼 회복’이 아니라, 경기 흐름을 바꾸는 존재감과 팬과의 유대, 그리고 팀을 살리는 디테일이 겹쳐 만든 결과였다.
1. 9월의 왕좌 세징야, 무엇이 달랐나
세징야의 9월은 기록 그 이상이었다. 표면적으로는 1골 3도움이지만, 상대 진영에서의 볼 터치 비율과 전진 패스 성공으로 경기의 맥을 쥐었다. 팀이 위기를 맞을수록 그는 템포를 늦춰 숨을 고르게 하고, 필요할 때는 측면으로 틀어 공을 살려내며 리듬을 바꿨다. 이런 리듬 컨트롤이 결정적인 장면들을 잇달아 만들었다.
특히 카운터 전개의 첫 패스를 정확히 세 번째 지점(하프스페이스)으로 찔러 넣는 장면이 늘었다. 수치로 잡히지 않는 이 ‘첫 단추’가 공격의 효율을 극대화했다. 9월의 세징야는 화려함보다 실용성, 그리고 팀 밸런스에 무게 중심을 둔 선수였다.
2. 투표 데이터로 본 설득력
팬의 선택
팬 1위 세징야가 팬 투표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 수치는 단순 인기투표로 치부하기 어렵다. 9월의 경기력과 존재감이 체감되는 순간들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기술위원회의 평가
TSG 투표에서는 1위가 아니었지만, 상위권을 유지하며 전문가 관점에서도 높은 기여도를 인정받았다. 팬·유저 표와 합쳐졌을 때 합산점수 42.22점으로 최종 1위에 올랐다.
달리 말해, 현장성과 데이터가 만나는 지점에서 세징야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결정적 상황 개입 능력’이 상의 공통분모였다.
3. 29~31라운드 퍼포먼스 복기
29라운드 vs 김천 상무
두 개의 날카로운 도움. 모두 타이밍이 핵심이었다. 상대 센터백의 간격이 벌어지는 찰나, 발등이 아닌 발목 스냅으로 빠르게 찔러 넣으며 수비가 방향 전환을 하기도 전에 볼이 도달했다. 움직임을 읽는 감각이 정점으로 올라 있었다.
30라운드 vs 대전하나
기록에는 1도움이지만, 그 전의 전진 패스와 2차 가담에서 상대 라인을 한 칸 끌어내렸다. 측면 와이드에서 중앙 유입 후 하프스페이스를 밟는 ‘ㄴ자’ 움직임은 대전 수비를 계속해서 흔들었다.
31라운드 vs 울산
선제골은 완벽한 타이밍의 침투로 만들어졌다. 수비가 라인을 올린 사이 사이를 파고들며, 왼발 킥 모션을 최단화했다. 볼 터치가 한 번 줄어든 것만으로 슈팅의 각과 속도가 동시에 확보됐다. MOM에 선정될 만큼, 울산의 수비를 단번에 얼어붙게 만든 장면이었다.
4. 전술 속 세징야의 역할 변화
세징야의 기본 포지션은 2선이지만, 9월엔 유동적인 10번과 좌측 하프스페이스 레지스타 사이를 오갔다. 공을 오래 끌지 않고 원터치로 탈압박을 하는 빈도가 확연히 늘었고, 좌우 전환을 한 박자 빠르게 가져가며 사이드 풀백의 오버래핑 타이밍을 열어줬다.
또한 세컨드 볼에 대한 반응 속도와 첫 접촉 방향 전환이 매끄러웠다. 이 작은 차이가 트랜지션 국면에서 팀의 ‘첫 3초’를 바꿨고, 이는 곧 득점 기회로 연결됐다. 세징야가 중심이 되자, 대구의 라인은 전진하면서도 뒤가 비지 않았다.
5. ‘대팍의 왕’이 만든 팬과의 유대
홈구장 대구 iM뱅크파크에서 세징야는 축구선수를 넘어 상징으로 기능한다. 경기 후 팬들과 시간을 보내고,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를 끝까지 바라보는 태도는 단순한 팬서비스가 아니다. 팀의 에너지를 한데 묶는 연결고리다.
어려운 경기 흐름에서도 팬들과의 리듬을 다시 맞추려는 몸짓, 손짓이 눈에 띈다. 이것이 대팍의 공기를 바꾸고, 선수단의 호흡을 다시 조정한다. 성적이 출렁일수록 리더의 감정 관리가 중요한데, 세징야는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대팍의 ‘울림’은 골 이후가 아니라, 골 이전의 믿음에서 시작된다. 그 믿음을 설계하는 선수가 세징야다.
6. 커리어 지표와 10-10의 의미
세징야는 시즌 22경기에서 11골 11도움으로 2019년 이후 두 번째 10-10을 달성했다. 숫자가 말해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마무리와 창출을 동시에 책임지는, 리그 내에서도 드문 유형이라는 점이다.
- 득점: 박스 안에서의 과감함과 박스 밖에서의 정확한 킥이 공존
- 도움: 패스 각을 열어두는 오프더볼 움직임과 타이밍 조절
- 지속성: 시즌 중반 이후 피지컬과 집중력의 변곡 없이 유지
통산 7번째 이달의 선수상은 ‘한 달 반짝’의 결과가 아니다. 팀이 바뀌고 전술 트렌드가 달라져도 살아남는 타입, 즉 적응형 크리에이터로서의 증명에 가깝다.
7. 위기관리 능력 PK 한 방의 가치
승부의 갈림길에서 PK를 얻어내고, 차고, 다시 팀을 일으키는 과정에는 기술 이상의 것이 들어간다. 심리적 압박을 견디는 의지, 그리고 킥 루틴을 끝까지 지키는 냉정함. 세징야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보여준다.
VAR로 취소된 PK 이후의 멘탈 복구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흔들림 없이 다시 팀의 중심으로 복귀했고, 후반 들어 강한 메시지를 플레이로 전했다. 이는 동료들에게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신호로 작동한다.
8. 남은 시즌 관전 포인트와 변수
관전 포인트
- 세징야의 하프스페이스 점유율: 좌측에서의 볼 터치 밀도가 올라갈수록 대구의 공격 효율이 높아진다.
- 세컨드 러너와의 연결: 에드가, 측면 윙어와의 타이밍 합이 다음 골의 촉매제가 된다.
- 세트피스 가담: 직접 키커와 세컨드 볼 선점의 분담이 안정되면, 접전에서 승점을 끌어올릴 수 있다.
변수
- 체력 로테이션: 후반 70분 이후 집중력 유지가 관건. 교체 카드와의 조합이 필요하다.
- 상대의 압박 강도: 세징야에게 2인 압박이 지속될 경우, 역으로 빈 하프스페이스를 활용할 설계가 필요하다.
- 파울 유도 기준: 심판의 라인에 빠르게 적응해야 세트피스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핵심은 ‘세징야 중심’이 아닌 ‘세징야를 통해 공간이 열리는 구조’다. 공간을 달리는 발과 타이밍을 맞추는 패스가 함께 움직일 때, 대구의 승점은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
9. 하이라이트 클립처럼 보는 전술 디테일
1) 첫 패스의 각도
세징야는 중앙에서 측면으로 뿌리는 ‘대각 롱패스’를 자주 쓰지 않는다. 대신 20~25m의 중거리 스루로 수비 라인의 균열을 파고든다. 이 선택이 공격의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실수를 줄인다.
2) 접지와 방향 전환
볼을 받을 때, 왼발 바깥쪽으로 살짝 밀어두며 상대 압박의 각을 바꾸는 습관이 있다. 이 작은 터치 하나로 압박 유인을 만든 뒤, 반대 공간으로 길을 여는 식이다. 동료의 침투 타이밍이 자연스럽게 맞춰진다.
3) 하프스페이스 점유
라인 사이에서 등지고 받는 대신, 얼굴을 열어둔 상태에서 받으려 한다. 이때 뒤에서 받치고 들어오는 미드필더에게 원터치로 떨구거나, 스스로 파고들며 수비를 끌고 간다. 상대는 파울을 하거나 라인을 내리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10. 결론 대구가 살아나는 조건
9월의 왕좌는 우연이 아니다. 세징야가 경기 흐름을 설계하고, 동료를 살리며, 팬과 호흡을 일으키는 순간 대구는 다른 팀이 된다. 남은 과제는 이 리듬을 ‘연속성’으로 묶는 일이다.
- 템포 조절: 전반 15분~25분, 후반 60분~75분의 미세한 템포 컨트롤 유지
- 교체 카드 연동: 세징야가 끌어놓은 공간을 교체 자원이 끝까지 파고들 것
- 세트피스 세컨드볼: 라스트 터치보다 ‘두 번째 접촉’에 더 많은 인원을 배치
대팍의 함성은 늘 그랬듯 방향을 안다. 믿음을 먼저 보내면, 그다음은 플레이가 증명한다. 세징야는 이미 증명 중이다. 이제 팀이 응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