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장산도 인근 여객선 좌초, 267명 전원 구조…‘변침 지연’ 중심으로 원인 조사
제주에서 목포로 향하던 카페리 여객선이 신안 장산도 남방 무인도에 좌초했습니다. 해상은 비교적 잔잔했으며,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전원이 약 3시간 만에 구조됐습니다. 해경은 변침 시기 지연 등 운항 과실에 무게를 두고 VDR와 CCTV를 확보해 경위를 확인 중입니다.
사고 개요와 당시 상황
사고는 저녁 시간대에 발생했습니다. 제주에서 목포로 향하던 2만6천여 톤급 카페리 여객선이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 인근에서 좌초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파고는 약 0.5~1m, 바람은 초속 4~6m로 기록되어, 악천후보다는 항행 판단의 문제가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양경찰에 따르면 최초 신고는 선박교통관제센터(VTS)를 통해 접수됐고, 선내에서도 승객 신고가 거의 동시에 이뤄졌습니다. 선장과 항해사 모두 음주 정황은 없었고, 배는 섬 지형에 걸터앉은 형태였지만 옆으로 전복되거나 대규모 침수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구조 과정: 3시간의 긴박한 기록
신고 직후 해경은 경비함정과 구조 세력을 신속히 투입했습니다. 현장에는 경비정 다수가 동시에 접근했고, 승객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한 뒤 안내에 따라 상부 갑판으로 이동했습니다. 어린이와 노약자 우선 원칙이 적용됐고, 순차 승선 방식으로 경비정에 분산 이송되었습니다.
구조는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됐고, 모든 탑승자 267명이 무사히 해경 함정으로 이동한 뒤 목포해경 전용 부두로 옮겨졌습니다. 일부 승무원은 예인 대비를 위해 선내에 남아 대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원 구조’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선체가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지 않았고, 침수 확산도 제한적이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쾅 하는 충격음이 난 뒤 배가 잠시 기울었고, 매점 집기가 넘어졌습니다. 안내에 따라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차분히 이동했습니다.” — 탑승객 진술
부상 현황과 사후 조치
좌초 충격으로 허리·목 통증, 어지러움, 두통을 호소한 승객이 다수 발생했습니다. 임산부 포함 20여 명 이상이 병원으로 이송되어 검사와 치료를 받았고, 긴장이 풀린 뒤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추가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화물칸에는 차량 100여 대가 적재되어 있었지만 침수나 화재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이송된 승객들 상당수는 귀가하거나 인근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선사는 숙박 및 이동 지원을 공지했고, 해경은 구조 종료 이후에도 현장 안전 통제를 이어가며 선체 손상 여부와 연료 누출 가능성 등을 점검했습니다.
원인 조사 포인트: ‘변침’과 항로 관리
해경 수사전담반은 변침(방향 전환) 시기의 지연과 항로 이탈이 있었는지, 그리고 자동항법장치 의존 여부를 핵심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여객선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 레이더 로그, ECDIS 경로, 엔진·조타 데이터가 수사에 사용됩니다.
집중 점검 항목
- 변침 포인트 접근 속도와 조타 명령 시각
- 당시 당직 체계(선장·항해사 교대 상황)와 브리지 리소스 매니지먼트(BRM) 이행
- VTS와의 교신 기록 및 항로 이탈 경보 알림 대응
- 자동항법장치(오토파일럿) 사용 여부와 수동 전환 타이밍
- 선사 안전 매뉴얼 준수, 비상 방송·초기 안내 시간
해역 특성상 ‘너비가 좁고 항로가 겹치는 협수로’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동항법만으로 항해하기보다 브리지 팀의 상황 인식과 선제적 변침 준비가 중요합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운항 규정 보완과 교육 강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큽니다.
장산도 해역의 특성과 항행 리스크
장산도 남방 족도 일대는 연안 여객선 항로가 촘촘히 지나가는 구간입니다. 주변의 비연륙도서가 많고, 수심 변화가 비교적 빠르며, 조류가 방향을 바꾸는 시점에는 선박의 선회 반경과 미끄러짐을 세심히 고려해야 합니다. 평소에도 ‘정밀 항해’가 요구되는 구역으로 분류됩니다.
이런 해역에서는 ECDIS 상의 계획 항로와 실제 항적 간 차이를 수시로 비교하고, 견시를 강화해야 합니다. 특히 야간에는 시정이 좋더라도 시각적 표지 의존도가 떨어지므로 레이더·AIS·시각 견시의 ‘삼중 확인’이 안전성을 높입니다.
현장 관측 포인트
- 조류 변화 시간대의 변침 포인트 접근 속도 관리
- 섬 지형에 의한 풍압·와류 영향과 선회 반경 사전 계산
- 협수로 교차 구간에서 타 선박 동선 예측과 우선권 판단
선사·당국의 초기 대응 평가
전원 구조까지의 시간은 비교적 짧았습니다. 해경의 신속한 현장 투입과 승객 분산 이송, 그리고 현장 순서 통제가 주효했습니다. 다만 승객 안내 방송이 일부 늦었다는 증언과, 최초 승객 신고가 빨랐던 점은 선내 초기 대응 매뉴얼 숙지가 충분했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선사의 사후 조치(숙박·이동 지원 공지)는 이루어졌으나, 사고 직후 커뮤니케이션 타이밍과 내용의 구체성은 향후 개선 대상입니다. 유사 상황에서는 ‘첫 10분’에 정확한 안내, 구역별 대기 지시, 어린이·임산부 우선 절차를 명확히 하는 것이 혼란을 줄입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체크리스트
운항·항해
- 협수로 구간 수동 항해 원칙 강화 및 오토파일럿 사용 제한 구간 명문화
- 변침 포인트별 접근 체크리스트(속력·각도·조류) 사전 브리핑
- BRM 훈련 주기화: 캡틴·OOW·헬름스맨 역할 고정과 콜아웃(구두 확인) 절차
설비·기술
- ECDIS 경보(과속/항로이탈) 알림 음량·표시 강화 및 이중화
- VDR 데이터 주기 점검, 레이더 가드존 설정 표준안
- 비상 전원 확보와 조타실 CCTV 각도 개선
승객 안전
- 승선 직후 안전 브리핑 의무화(영상·다국어 포함)
- 구명조끼 보관 위치 안내 표지 확대, 유아용·특수 사이즈 비치 수량 점검
- 충격 후 낙하·전도 위험 구역(매점·라운지) 즉시 통제 매뉴얼
승객이 알아둘 선상 안전 수칙
대부분의 승객은 비상 상황을 처음 겪습니다. 당황하지 않고 따라야 할 기본 수칙을 간단히 정리합니다.
- 객실 입실 즉시 가장 가까운 비상구, 구명정 집합지점을 확인합니다.
- 휴대폰은 배터리를 충분히 유지하고, 손전등 앱을 준비하되 불필요한 촬영은 자제합니다.
- ‘쾅’ 하는 충격을 느끼면 즉시 주변 선반 물건을 치우고, 안내 방송을 대기하면서 구명조끼 위치를 확인합니다.
- 아이·노약자는 구명조끼 착용을 도와주고, 계단 이동 시 난간을 반드시 잡습니다.
- 선박이 정지했다면 임의 하선·점프는 금지, 승무원 지시에 따라 순번 이동합니다.
해상 안전 제도의 과제
여객선 안전은 설비, 운항, 교육, 감독이 동시에 맞물려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협수로 구간에서의 항로 관리 표준을 더 세분화하고, VTS와 선박 간 상황 공유를 실시간·양방향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야간 변침 지연을 막기 위해 ‘변침 도래 알림’과 같은 브리지 보조 시스템, 음성 콜아웃 기록을 남기는 소프트웨어 도입도 검토할 만합니다.
또한 사고 후 지원 체계는 구조가 끝난 뒤가 중요합니다. 충격성 통증은 지연 발현이 잦으므로, 승객 건강 모니터링과 간단한 재활 안내를 제공하면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이와 함께 선사의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상황별 템플릿으로 표준화하면 현장 혼선이 줄어듭니다.
정리: 신안 좌초 사고가 남긴 메시지
이번 사고는 다행히 전원 구조로 마무리됐지만, ‘항로 이탈과 변침 지연’이라는 키워드는 해상 안전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자동화가 발전해도 협수로와 야간 항행에서는 사람이 먼저 상황을 읽고, 팀 단위로 확인하고, 필요한 순간 즉시 수동 개입해야 합니다.
언젠가 비슷한 해역을 지나는 또 다른 배에서도 같은 선택의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체크리스트를 생활화하고, 경보를 단순화하며, 초기 방송과 이동 통제를 단단히 하는 것. 그것이 대형 참사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