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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자치” 넘어서자: 지방 재정 분권 확대와 지속가능한 해법

2025년 11월 12일 · 16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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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방 협력이 제도화되는 흐름 속에서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취득세 편중, 교부세 모수 문제, 공동세·탄력세 논의까지, 지방이 스스로 성장하는 재정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지 차분히 정리해봅니다.

1. 왜 지금, 지방 재정인가

지방정부가 주민 삶 가까이에서 교육, 돌봄, 교통, 안전 같은 핵심 서비스를 책임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권한과 재정이 맞물려 움직이지 않으면 정책은 종종 ‘선언’에서 멈춥니다. 최근 중앙-지방 협력 채널이 상시화되면서 재정 분권이 다시 속도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역이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선택의 결과에 책임지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자치가 비로소 내용물 있는 제도로 작동합니다.

정치적 구호보다 더 중요한 건 시스템입니다. 어느 해는 세수가 늘고, 어느 해는 줄어듭니다. 경기에 흔들리지 않는 재정 운용의 안전장치, 그리고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는 보정장치가 함께 가야 합니다. 지금 논의는 그런 ‘디자인’의 문제로 쟁점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2. ‘무늬만 자치’의 뿌리: 구조적 제약

지방세 구조는 취득세 등 부동산 거래세 비중이 큽니다. 거래가 얼어붙으면 곧장 세입이 줄고, 중장기 투자 계획이 흔들립니다. 재산세·자동차세·지방소비세가 받쳐주지만 경기 민감도를 완충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여기에 규정과 절차가 촘촘한 국고보조사업이 겹치면, 지방은 ‘사업 수행자’에 머물고 정책 설계자는 중앙이 되는 그림이 반복됩니다.

교부세 체계 또한 내국세 수입을 모수로 삼기에 중앙 재정의 등락에 민감합니다. 중앙이 긴축하면 지방도 자동으로 조여드는 구조죠. 이런 제약이 ‘무늬만 자치’라는 인식을 낳았습니다. 핵심은 지방의 재정 자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키우는 것입니다.

3. 분권 확대의 방향: 자율성·책임성의 균형

최근 포괄보조금 확대, 지역자율계정 확충 등은 칸막이를 줄이고 현장 맞춤형 집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자율성은 반드시 성과 책임과 결합해야 합니다. 단순 집행률이 아니라 ‘주민 삶의 지표’로 연결되는 성과지표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 개편이라면 평균 통근시간, 접근성, 만족도, 탄소저감량까지 결과 지표를 설계해야 합니다.

팁: 자율성이 커질수록 지표는 간명해야 합니다. 3~5개의 핵심 KPI에 예산 성과를 직접 연결하면, 현장도 단순하고 주민도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4. 교부세와 모수 문제: 경기순환을 견디는 재정

교부세의 모수인 내국세가 줄면 지방으로 가는 재원도 함께 줄어듭니다. 이때 흔들리지 않으려면 두 가지 안전판이 유효합니다. 첫째, 중기 재정계획에 ‘경기역행적’(counter-cyclical) 여지를 넣는 것. 호황기에 여유분을 지방재정안정화기금으로 적립하고, 침체기에 꺼내 쓰는 장치입니다. 둘째, 경기 연동형 배분 공식을 도입해 급격한 감소폭을 완충하는 트리거를 세팅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완충장치가 있으면 중앙의 세수 변동이 지방의 필수 서비스에 곧바로 타격을 주지 않습니다. 의료·돌봄·안전처럼 중단이 어려운 분야부터 최소 보장선을 확실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5. 공동세·탄력세: 변동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공동세는 특정 세목을 중앙과 지방이 함께 과세하고 일정 비율로 나누는 제도입니다.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 경기의 폭을 넓게 포착하는 세목을 연동하면, 지방재정의 분산투자 효과가 생깁니다. 특정 지역 부동산 경기가 부침을 겪어도, 다른 세목에서 일부 보완이 가능한 구조죠.

탄력세는 세율을 경제 상황에 맞춰 조정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예컨대 경기 과열기에는 탄소·혼잡·유휴토지 등 외부효과 관련 세율을 부분적으로 높여 교통·환경 개선에 투입하고, 침체기에 지역상권 회복을 위한 감면을 적용하는 식입니다. 다만 예측 가능성이 핵심이므로, 사전에 정한 범위와 절차, 공청회 등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6. 국고보조사업과 포괄보조금: 칸막이 줄이기

국고보조사업은 표준화 장점이 있지만, 지역 실정을 반영하기 어려운 경우가 잦습니다. 포괄보조금은 목표만 제시하고 방법은 지역이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라, 혁신 여지를 크게 만듭니다. 다만 목표가 모호하면 집행이 흐트러질 수 있어, ‘성과기반 포괄보조금’을 도입하면 균형이 맞습니다.

현장 포인트: 중앙은 목표·평가지표·데이터 기준을 제시하고, 지방은 수단과 로드맵을 설계합니다. 평가 결과는 다음 연도 인센티브와 연동하고, 우수사례는 매뉴얼로 확산합니다.

7. 수도권 일극체제 완화와 재정격차 축소

인구·기업·일자리가 수도권에 과집중되면 지방세수도 함께 빨려 들어갑니다. 공공기관 이전이나 혁신거점 확산은 단순 이전이 아니라 산업-인재-생활 인프라를 묶는 패키지로 설계해야 효과가 납니다. 특히 대학·연구소·기업의 삼각축이 갖춰진 곳은 세수와 고용이 동시에 증가하며 재정 자립도가 개선됩니다.

격차 축소의 관건은 ‘한시적·목적형 보정’입니다.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지역에는 디지털 의료·원격교육·친환경 물류 등 생활 서비스의 접근성을 유지할 별도 재정 트랙이 필요합니다. 균등이 아니라 ‘공정’을 겨냥한 지원입니다.

8. 지역경제 레버: 세원다변화와 민간투자 촉진

8-1. 신성장 축 발굴

지방 재정은 결국 지역경제의 거울입니다. 그린산업(재생에너지, 순환자원), 바이오·헬스, 항공·우주 부품, 관광·마이스, 농식품 테크 같은 분야에서 지역 특화모델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산업단지 리모델링, 캠퍼스 혁신파크, 스마트 물류 거점 등 물리적 인프라와 규제 샌드박스를 결합하면 민간투자가 뒤따릅니다.

8-2. 소상공인·생활경제 복원력

지역 상권은 세수의 기초 체력입니다. 공공조달에서 지역기업 가점, 로컬페이 결제 인프라, 야간경제 프로그램 지원 같은 촘촘한 정책이 세입 안정에 기여합니다. 단기 인센티브에만 의존하지 않고, 브랜드화·온라인 동반진출을 묶어야 효과가 지속됩니다.

9. 재정투명성: 성과지표와 주민참여예산의 진화

재정분권은 투명성과 한 몸입니다. 주민참여예산을 형식에서 실질로 옮기려면, 참여 단계부터 데이터가 보이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예산서에 정책 목표·지표·기대효과를 카드뉴스 형태로 요약해 공개하고, 집행 과정은 대시보드로 실시간 제공하면 참여가 달라집니다.

성과지표는 생활밀착형으로 번역해야 합니다. ‘보행 안전지수’, ‘대중교통 접근시간 15분권 커버리지’, ‘어린이·고령친화 공원 비율’, ‘청년 정주지수’처럼 주민이 체감하는 언어로 바꾸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지표와 예산을 연계하면 낭비 논란도 줄어듭니다.

10. 실행 로드맵: 3단계 체크리스트

단계 1: 제도 기반 다지기

포괄보조금 확대, 성과기반 설계, 지방재정안정화기금 의무화, 중기재정계획의 경기역행 규칙 도입. 동시에 주민참여 규정에 데이터 공개 기준을 명시합니다.

단계 2: 세원 포트폴리오 조정

공동세 도입 타당성 검토, 취득세 의존도 상한 가이드, 지방소비세 배분 공식의 생활지표 연동 시범 도입. 탄력세는 범위·상한·발동조건을 미리 고지해 예측 가능성을 확보합니다.

단계 3: 성과 확산과 조정

우수 지자체 모델을 표준툴킷으로 공유하고, 매년 성과평가 결과를 다음 연도 인센티브와 직접 연결합니다. 지역 간 격차가 심한 지표는 목적형 보정으로 보완합니다.

포괄보조금

공동세탄력세안정화기금

11. 자주 받는 질문: 오해와 진실

Q1. 재정분권은 중앙의 역할 축소인가?

중앙은 목표·기준·감사·평가를 맡고, 지방은 실행과 혁신을 담당합니다. 역할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분화되는 것입니다.

Q2. 자율성을 주면 지역 간 격차가 커지지 않나?

자율성 확대와 함께 보정장치(균형보조, 안정화기금, 목적형 보정)를 병행하면 격차 확대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지표에 근거한 투명한 배분입니다.

Q3. 경기침체 때 지방세 급감은 피할 수 없지 않나?

피크 때 적립·침체 때 지출하는 자동 안정화 장치, 공동세로의 분산효과, 탄력세의 미세조정이 삼각 안전망을 이룹니다.

12. 맺음말: 자치의 내용은 재정에서 완성된다

지방정부가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려면, 재정의 자율성과 안정성,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취득세 편중을 줄이고, 교부세의 경기 민감도를 낮추며, 공동세와 탄력세로 유연성을 확보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요입니다. 포괄보조금 확대와 성과기반 예산, 투명한 데이터 공개가 그 토대를 이룹니다.

결국 자치의 품질은 재정의 설계에서 결정됩니다. 과감하지만 예측 가능한 개편, 주민이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투명성, 그리고 지역의 산업·인재 전략과 맞물린 투자. 이 세 가지만 흔들리지 않게 붙들면, ‘무늬만’이라는 꼬리표는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입니다.

키워드: 지방재정, 재정분권, 공동세, 탄력세, 포괄보조금, 안정화기금, 균형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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