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기간 ‘축의금 논란’ 최민희, 반환 해명에도 공세 확산…쟁점은 김영란법과 이해충돌
국회 본회의장에서 축의금 명단을 정리·공유하는 장면이 포착되며 파장이 커졌다. 최민희 의원은 “직무 관련성 있는 축의금은 반환 지시”라고 해명했고, 여권은 “돌려줘도 위법 가능성”을 들어 고발을 예고했다.
무엇이 논란의 출발점인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민희 의원이 딸 결혼식 축의금 관련 명단과 금액을 메신저로 보좌진에 전달하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잡히며 사안이 급격히 확대됐다. 명단에는 대기업·피감기관·언론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적힌 것으로 알려졌고, “입금 완료”, “전달” 등의 표현도 포착되며 실제 수수 여부가 공방의 초점이 됐다.
문제의식은 두 갈래다. 첫째, 국정감사 기간에 상임위원장이 직무 관련성이 있는 인사들로부터 축의금을 받았는지 여부. 둘째, 설사 반환을 전제로 정리 중이었다 해도 ‘수수 시점’에 법적 문제 소지가 생기는지다. 여권은 “돌려줘도 성립할 수 있는 죄가 있다”고 주장하고, 최 의원 측은 “직무 연관 축의금과 관례를 넘어선 금액은 반환 지시했다”고 맞선다.
최민희 해명: “반환 지시였다”
최민희 의원실은 촬영된 메시지가 “기관 및 기업으로부터 들어온 축의금을 돌려드리도록 보좌진에게 지시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결혼 당사자와 의원 모두 국정감사 일정으로 바빠 확인이 늦었고, 명단을 정리해 순차적으로 반환 중이라는 취지다.
또한 “상임위 관련 기관·기업 등에서 온 축의금”과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관례를 넘어선 금액”을 반환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이름만으로 신분이 불분명한 경우는 확인되는 대로 추가 반환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전했다.
포인트: 해명은 ‘직무 연관성 있는 금품은 원칙적으로 거절 또는 반환’이라는 기준을 내세운다. 다만 반환 ‘과정’으로 보기 위해선 시점, 방식, 증빙이 투명하게 제시돼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여권 공세: “김영란법·뇌물죄 소지”
여권은 직무 관련자들로부터의 금품 수수가 포착된 이상, 반환 의사가 있었다고 해도 법적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를 편다. 특히 고액(예: 건당 100만원)의 축의금과 피감기관 관계자의 존재가 보도된 만큼, 이해충돌과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가능성을 거론하며 고발 방침을 밝혔다.
또한 보좌진에게 사적 업무를 지시한 정황에 대해서도 “갑질” 프레임을 더해 정치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핵심은 “수수 사실 자체”와 “직무 관련성”이며, 이 두 요소가 성립하면 반환 여부와 무관하게 위법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법·제도 체크포인트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골자
공직자와 직무 관련자 사이의 금품 제공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예외와 신고·반환 절차가 있지만,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소액이라도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일정 금액을 넘으면 형사처벌까지 연동될 수 있다.
‘수수’의 개념과 반환
법조계에서는 금품이 일단 건네져 사실상 처분 가능한 상태가 되면 ‘수수’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이후 반환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위반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다만 구체적 사실관계(자발적 즉시 반환, 사전 고지, 현장 거절 시도, 지연 사유 등)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증빙의 중요성
반환을 주장할 경우, 반환 일시·방식(현장 반려, 계좌 환급, 카드 결제 취소 등)·상대방 확인 등 객관적 자료가 신뢰를 좌우한다. 이번 사안에서는 명단, 금액, 처리 경위가 핵심 증빙 포인트가 된다.
이해충돌과 공적 조직의 경조사 관행
공직 사회의 경조사 문화는 오랫동안 관행의 영역으로 놓여 있었지만, 이해충돌 관리의 세계적 기준이 높아지면서 단순한 관례 역시 재검토되고 있다. 특히 상임위원장처럼 특정 분야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라면, 관련 기관·기업과의 사적 금전 수수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국감 기간’이라는 시점은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 공적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일정 한복판에서 직무 관련자 명단이 얽힌 금품이 오갔다는 점이 여론을 자극한다. 관행이라 여겼던 일들이 제도적 기준과 충돌할 때, 기준 쪽이 우선한다는 게 최근의 흐름이다.
보좌진에 ‘사적 업무’ 지시 논란
이번 사건은 단지 금품 수수 여부를 넘어, 보좌진에게 경조사 정산 등 사적 성격의 업무를 지시했는지 여부로도 확장됐다. 여권은 이를 ‘갑질’로 규정하며 문제 삼고 있다. 통상 보좌진의 업무는 입법·정책·의정 활동 지원에 한정되고, 사적인 경조사 처리까지 포함되지는 않는다.
다만 국회의원실의 실제 업무 현실에서는 경조사 연락과 응대가 겹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경계선은 ‘공적 업무 범위’에 무엇이 포함되는가에 달려 있다. 이번 사안이 제기한 질문은 명확하다. 사적 영역과 공적 인력의 경계는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가?
핵심 쟁점 정리: 수수와 반환의 경계
- 수수 시점: 금품이 의원 측에 인도되어 사실상 처분 가능한 상태였는가
- 직무 관련성: 명단에 오른 인물·기관이 상임위 소관과 관련되었는가
- 금액 수준: 사회 통념·법령 기준을 초과했는가
- 반환 절차: 언제,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어떤 증빙으로 돌려줬는가
- 보좌진 지시: 사적 업무를 공적 인력에 맡겼는가
여권은 위 항목 전반에 의문을 제기하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고, 최 의원 측은 ‘반환 지시’와 ‘추가 확인 후 연속 반환’으로 응수했다. 결론은 사실관계 확인과 법적 판단에 달려 있다.
향후 절차와 관전 포인트
여권이 예고한 고발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수사기관은 축의금 유입 경로·규모·대상·시점, 그리고 반환 여부와 객관적 증빙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따질 가능성이 크다. 계좌 이체 내역, 카드 결제 취소 기록, 현금 반환 확인서 등 정량적 자료가 쟁점을 정리할 열쇠다.
정치적으로는 상임위원장직 유지 여부가 중대 변수다. 사퇴 요구와 정치적 책임 공방이 장기화되면, 국정감사 이후 입법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여론의 관심은 ‘투명 공개’와 ‘책임 있는 설명’으로 수렴된다.
유사 사례에서 배울 점
사전 고지와 현장 거절의 효용
공직자는 경조사 초대 단계에서 ‘직무 관련자 금품은 정중히 사양’ 원칙을 미리 알리면 분쟁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현장에서도 봉투 수수 자체를 회피하는 동선·절차를 마련하면 사후 반환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다.
표준 운영 매뉴얼
의원실·기관 차원에서 경조사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직무 관련자 식별 기준, 회계·증빙 처리, 제3자 대리 수령 금지 등 명확한 규칙을 공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명성은 곧 안전장치다.
공개와 책임
논란이 발생했을 때는 축의금 수령·반환 내역을 범주별로 공개하고, 사적·공적 경계를 명확히 해 책임 있는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 신뢰 회복의 첫 단추다.
독자가 체크할 사실관계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는 촬영된 메시지의 일부 문구, 명단 존재, 특정 금액 사례 등으로 요약된다. 다만 전체 축의금 규모, 반환 완료 비율, 반환 방식별 증빙, 보좌진 지시의 구체 범위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정치적 공방과 별개로, 법적 판단은 세부 사실관계에 좌우된다. 따라서 향후 공개될 자료(입금·취소·현금 반환 증빙 등)와 수사기관의 사실확인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 걸음 더: 현행 제도 안에서의 ‘안전선’
공직자가 지켜야 할 최소 안전선은 명확하다. 직무 관련자와 금품·편의의 교환은 아예 접점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불가피하게 전달된 경우라도 즉시 반환하고, 이를 남김없이 기록·공개하는 절차를 상시화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경조사라는 사적 영역이 공직자의 공적 책무와 충돌할 때 어떤 리스크가 발생하는지 보여준다. 제도는 이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필요한 건, 매뉴얼을 현실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의지와 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