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유지’ 공방 본격화: 김수현 vs 화장품 A사, 28억 손배소 쟁점은
사생활 논란을 둘러싼 여파가 법정으로 넘어가며, ‘품위 유지 의무’ 조항의 해석과 광고 계약 해지의 정당성을 두고 양측이 정면 충돌했다. 첫 변론에서 드러난 쟁점과 향후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1. 사건 개요: 무엇이 소송을 촉발했나
해당 분쟁은 배우 김수현과 화장품 A사가 체결한 광고 모델 계약을 둘러싸고 불거졌다. A사는 사생활 이슈로 인해 광고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판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후 청구액은 28억 6천만 원 수준으로 증액되며, 사건은 단발성 계약 분쟁을 넘어 ‘모델 품위 유지 의무’ 해석 논쟁으로 번졌다.
첫 변론기일에서는 양측의 입장 차가 분명히 드러났다. A사는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돼 계약 목적 달성이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했고, 김수현 측은 ‘미성년 교제설’ 자체가 사실무근이며, 성인 이후의 교제를 문제 삼아 계약을 해지한 건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맞섰다.
2. A사 주장 정리: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계약 해지 사유
A사는 핵심적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대중적 논란이 모델의 사회적 신뢰를 해치면서 광고 모델로서의 역할 수행이 어렵게 됐다는 점. 둘째, 계약서에 규정된 ‘사회적 물의’와 ‘품위 유지’ 조항을 근거로 계약 해지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A사는 특히 교제 시점에 대한 발언 번복이 대중의 불신을 야기했다고 본다. 또한 “사실 확인이 안 된 루머는 사회적 물의가 아니다”라는 계약 문구를 역으로 해석해, 사실 관계가 확인된 사안이라면 사회적 물의로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해 산정에 대해서는 모델료 조항과 실제 발생 손해를 합산했다는 입장이다. 이 부분은 계약마다 계산 방식이 달라 분쟁의 단골 쟁점이 되는 영역이다.
3. 김수현 측 입장: ‘품위 유지 위반 아냐’와 사실관계 반박
김수현 측은 미성년자와의 교제설이 사실이 아니며, 실제 교제는 상대방이 성인이 된 이후라고 명확히 밝혔다. 더 나아가 최초 열애설 부인이 이뤄진 시점은 A사와의 계약 전이므로, 계약 체결 이전의 발언을 들어 품위 유지 위반을 논하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한 ‘사회적 물의’ 조항은 구체적 위반 사유가 특정돼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즉,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 훼손’만으로는 계약 해지까지 인정되기 어렵다는 관점이다.
요약하면, 사실관계 부인 + 계약 전 발언의 비적용 + 조항의 구체성 결여라는 세 축으로 방어 논리를 구축하고 있다.
4. 핵심 쟁점 1 — ‘품위 유지’의 기준은 어디까지인가
포괄 조항의 해석 범위
광고 계약에서 ‘품위 유지’ 조항은 일반적으로 모델의 비도덕적 행위, 범죄, 중대한 사회적 비난을 야기한 사례 등을 대상으로 한다. 문제는 사생활 이슈가 공적·사회적 비난 수준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로 확정됐는지다. 법원은 대개 공공의 신뢰를 중대하게 저해했는지, 계약 목적이 현저히 달성 불가능해졌는지 등을 두루 살핀다.
사실 확정의 필요성
루머 단계인지, 사실로 확정됐는지에 따라 판결의 결이 달라질 수 있다. 광고주 측은 “사실 확인이 된 사안이면 사회적 물의”라는 해석을 내세우지만, 법원은 통상 사실관계의 객관성, 사회적 비난 가능성, 그리고 모델의 고의·과실 여부를 종합적으로 본다.
5. 핵심 쟁점 2 — 계약 시점과 발언 시점의 불일치
이 사건의 특이점은 논란의 발언과 해명이 계약 이전과 이후에 걸쳐 존재한다는 점이다. 광고주 측은 뒤늦은 입장 변경이 브랜드에 타격을 줬다고 보지만, 모델 측은 계약 체결 이전의 행동을 계약상 의무 위반으로 연결하는 건 무리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계약상 의무는 체결 이후에 발생한다고 보되, 계약 시 모델이 중대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거나 허위 진술을 한 경우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고지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거나, 광고주가 충분히 예측 가능한 범위의 리스크였다면, 사후 해지의 정당성이 약화되기도 한다. 이 부분이 앞으로의 심리에서 구체적으로 따져볼 포인트다.
6. 손해액 28억 6천만 원, 어떻게 산정되었나
광고 분쟁에서 손해액 산정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이뤄진다. 첫째, 계약서에 있는 위약 또는 페널티 조항. 둘째, 이미 집행된 제작·매체비 등 실손. 셋째, 캠페인 중단으로 인한 기회손실(간접 손해)이다. A사는 모델료 관련 배수 조항과 실제 손해를 합산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는 업계에서도 흔히 보이는 산식이다.
반면 모델 측은 계약 해지가 정당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해지 책임이 모델에게 귀속될 수 없고 따라서 손해배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맞선다. 결국 법원이 해지의 정당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손해액의 인정 범위가 크게 갈릴 수 있다.
7. 법정에서 주목할 판례 흐름과 해석 포인트
추상 조항의 한계
‘품위 유지’처럼 추상적인 조항은 분쟁 시 협소하게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고, 계약 목적 달성이 객관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입증돼야 해지까지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연예인의 사생활 이슈는 형사처벌이나 중대 불법행위가 아닌 이상, 해지의 정당성 판단이 보수적으로 이루어지는 편이다.
공개 발언의 책임
열애 관련 부인이나 번복이 공중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그것이 곧바로 ‘사회적 물의’나 ‘품위 유지 위반’으로 연결되는가에 대해선 엇갈린 판단이 존재한다. 법원은 ‘고의적 기만 여부’, ‘상업적 효과에 미친 실질적 영향’, ‘계약상 명시 조항’을 확인한다.
8. 광고업계 관행: 모델 리스크 관리와 실제 운영
광고주는 대체로 모델 계약서에 리스크 조항을 다층적으로 넣는다. 범죄, 도덕적 물의, 허위·과장 광고 참여, 명예 실추, SNS 문제 등이다. 캠페인 론칭 전후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슈가 발생하면 즉시 노출을 줄이거나 대체 크리에이티브를 적용한다. 위약 조항은 ‘모델료의 배수’ 형태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현실적으로 모든 사생활 이슈를 사전 차단하기 어렵고, 대중 여론은 빠르게 출렁인다. 그래서 해지보다는 일시 중단, 문구 수정, 콘텐츠 교체 등 단계적 대응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 건은 이 단계적 대응을 건너뛰고 ‘해지-손해배상’으로 직행했다는 점에서 강경한 사례로 꼽힌다.
9. 대중 여론과 평판 리스크, 브랜드가 걱정하는 지점
브랜드는 모델의 이미지가 제품 신뢰로 이어진다고 본다. 특히 스킨케어·메이크업 분야는 청결한 이미지, 일관된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논란이 불거지면 소비자 문의가 늘고, 리테일러 협의가 지연되거나 노출이 축소되며, 캠페인 메시지가 왜곡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반대로 지나치게 빠른 해지는 ‘비상식적’이라는 역풍을 맞을 위험도 있다. 팬덤과 일반 소비자 사이의 온도차, 국내외 시장의 정서 차이, 플랫폼별 반응(커뮤니티·SNS·커머스 리뷰)의 이질성을 감안하지 않으면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사건은 그런 균형감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10. 향후 일정과 관전 포인트
법원은 이미 다음 변론기일을 지정했다. 이후 절차에서 계약서 원문 조항, 사전 협의 기록, 캠페인 집행 내역, 매체·제작·유통 측 손해 자료 등이 제출될 가능성이 높다. 쟁점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 ‘품위 유지’ 위반 인정 여부. 둘째, 해지가 유효하다고 보더라도 손해액 산정의 적정성이다.
특히 ‘계약 전 발언’의 적용 가능성과 ‘사실 확정 수준’이 판결에서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 어느 쪽에 손을 들어도 업계에 미칠 파장은 작지 않다.
11. 요약 정리: 체크포인트 6가지
- 사건의 본질은 ‘품위 유지 조항’의 해석 싸움이다.
- 광고주 측은 사실관계 확인과 이미지 훼손을 근거로 해지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 모델 측은 미성년 교제설을 부인하며, 계약 전 발언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 손해액 28억 6천만 원은 배수 조항 + 실손 추정에 기반하지만, 인정 범위는 별개다.
- 법원은 사실 확정 정도, 사회적 비난 가능성, 계약 목적 달성 가능성 등을 입체적으로 본다.
- 판결 결과는 향후 엔터·광고업계의 계약 관행과 리스크 조항 설계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개별 분쟁은 계약서 문구, 집행 내역, 주변 정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사안 역시 법정에서의 자료와 진술이 결과를 좌우할 것이다.
이 글은 공개된 법정 공방의 쟁점을 바탕으로 사건의 맥락과 업계 관행을 정리한 분석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