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인포스
뉴스연예경제IT/테크라이프스포츠

1020세대, 왜 ‘추억’ 대신 ‘지금’을 고른다: 붕어빵 몰락부터 디지털 루틴까지

2025년 11월 12일 · 16 read
URL 복사
카카오 공유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겨울 거리의 붕어빵 냄새는 옅어지고, 손안의 화면은 더 밝아졌다. 1020세대가 무엇을 외면하고 무엇에 몰입하는지, 생활과 소비, 공간과 루틴의 프레임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1. 1020세대가 바꾼 일상 소비의 속도

1020세대를 두고 흔히 ‘빠르게 질리고 빠르게 넘어간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표면만 보면 오해하기 쉽습니다. 이 세대는 단순히 트렌드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매 순간의 맥락에 맞는 ‘가성비/가심비/가시간비’를 동시에 계산합니다. 돈과 감정, 시간을 합쳐 최적의 효용을 찾는 셈이죠.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생활 반경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끊김 없이 이어집니다. 친구와의 약속이 끝나면 바로 숏폼으로 전환하고, 카페에서 공부하다가 메신저 노트에 과제를 붙여넣습니다. 이 전환 속도가 빠르다 보니, 제품과 서비스도 ‘즉시성’과 ‘경험의 완결성’을 갖추지 못하면 외면받기 쉽습니다.

그래서인지 전통 간식, 동네 노점, 천천히 즐기는 문화는 상대적으로 선택받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정’이 아니라 ‘편의’와 ‘품질 관리’에 있습니다. 좋은 기억일수록 유지 비용이 드는 시대라는 점이 1020세대의 선택을 설명해 줍니다.

2. 붕어빵이 사라진 진짜 이유: 가격, 자리, 그리고 취향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붕어빵. 하지만 예전만큼 거리에서 보기 어렵습니다. 원재료가 오른 건 사실입니다. 팥, 밀가루, 식용유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재료들은 국제 곡물가 변동에 그대로 영향을 받습니다. 여기에 노점 단속과 민원, 허가 절차 같은 공간 문제까지 겹치면 공급 자체가 줄어듭니다.

공급 축소와 가격 인상만이 원인은 아닙니다. 1020세대의 취향도 바뀌었습니다. 이들에게 붕어빵은 ‘옛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알록달록한 크림 붕어빵이나 프랜차이즈형 디저트로 변주가 이루어지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추억으로 버티기에는 선택지가 많고, 위생·결제·브랜딩이 갖춰진 카페형 디저트가 더 안정적이니까요.

거리의 온기가 식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다만 1020세대가 ‘추억을 모른다’고 단정하기보다, ‘추억을 유지해 주는 시스템’이 약했다는 쪽이 더 정확합니다.

노점 문화의 지속 가능성은 가격이 아니라 ‘접근성, 안전, 품질 관리’의 삼박자에서 갈립니다.

3. Z·알파 세대의 선택: 카페형 디저트와 경험 소비

요즘 1020세대가 자주 찾는 곳을 보면 ‘단지 먹는 곳’이 아닙니다. 찍기 좋고, 머물기 좋고, 공부하기에도 적당한 ‘멀티 목적지’를 선호합니다. 사진 한 장이 기록이 되고, 자리 한 켠이 공부 공간이 되며, 결제는 간편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디저트도 ‘경험 패키지’의 일부인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카페형 붕어빵은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깔끔한 위생, 좌석, 전원, 와이파이, 모바일 결제, 시즌 메뉴, 그리고 ‘콜라보레이션 굿즈’까지. 제품 하나가 아니라 공간과 콘텐츠가 합쳐져야 선택을 받습니다.

한편으론 가격 저항도 큽니다. 그래서 1020세대의 소비는 ‘메인은 합리, 포인트는 과감’으로 나뉩니다. 주된 식사는 합리적으로, 기분 전환 아이템에는 포인트를 줍니다. 붕어빵 같은 전통 간식이 다시 선택되려면, 이 ‘포인트’를 줄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맛의 혁신, 충성 고객 프로그램, 스토리텔링, 시즌 한정, 위치 기반 알림 같은 요소들이요.

4. SNS 피로와 집중력 문제, 체감되는 현실

숏폼은 빠르고 재미있지만, 집중력을 갈가먹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1020세대 스스로도 체감합니다. 과제를 하다 보면 자꾸만 손이 폰으로 가고, 영상 소리를 꺼도 화면이 눈앞에 붙어 있는 기분이 든다고 말하죠.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건 ‘전면 금지’가 아니라 ‘맥락별 사용’입니다. 공부 시간에는 폰을 멀리 두고, 휴식 시간에는 제대로 즐깁니다. 뇌는 전환에 비용을 씁니다. 전환 비용을 줄이려면, 사용 여부보다 전환의 경계가 선명해야 합니다. 즉, 공부하는 책상에는 폰이 올라오지 않는 규칙, 침대에는 노트북이 올라오지 않는 규칙처럼요.

작게 시작하기: 25분 집중(폰 비행기 모드) + 5분 휴식(자유 사용). 3세트 후 15분 긴 휴식. 알림은 ‘요약 모드’만 허용. 홈 화면 첫 줄엔 학습 앱만 배치.

5. 1020이 스스로 공부하고 싶어지는 집의 조건

1) 따뜻한 톤과 나만의 오브제

딱딱한 독서실 느낌은 오래 가기 어렵습니다. 밝은 아이보리 톤과 포근한 조명, 좋아하는 포스터 한 장이 집중 시간을 늘립니다. 환경이 감정을 다지고, 감정이 꾸준함을 만듭니다. 결국 공간은 의지를 보조하는 장치입니다.

2) 루틴이 보이는 집

현관 옆 메모존, 거실 공동 목표보드, 책상 위 하루 계획표. 이 작은 도구들이 ‘해야 할 일’을 눈앞으로 끌어옵니다. 시각적 자극은 뇌의 부하를 줄여 주고, 시작을 빠르게 합니다. 20대 1인 가구라면 화이트보드나 포스트잇으로 충분합니다.

3) 디지털과 휴식의 분리

공부 공간과 휴식 공간을 물리적으로 나누면 몰입도가 달라집니다. 폰은 거실 충전 존, 책상 앞엔 아날로그 타이머. 침대엔 노트북 금지. 분리가 어려운 원룸이라면 책상 앞에만 ‘디지털 절제 규칙’을 붙여두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핵심은 ‘자기 주도적 공간’입니다. 스스로 만든 규칙은 오랫동안 유지됩니다. 공간이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성취감을 만들며, 성취감이 다시 공간을 의미 있게 만듭니다.

6. 디지털 루틴 설계: 중독이 아닌 ‘사용’으로

집중 루틴

  • 집중 타이머 25분 + 5분: 3세트 후 15분 휴식
  • 공부 앱 외 알림 ‘요약만’ 허용, 메시지는 정각에 한 번 확인
  • 유튜브·SNS는 웹으로만 접속(앱 삭제), 자동 재생 OFF

휴식 루틴

  • 휴식 5분은 눈과 손을 쉬게 하는 루틴(창밖 보기, 스트레칭)
  • 콘텐츠는 ‘보기 전 북마크 3개 비교’ 습관으로 무의식 재생 방지

정리 루틴

  • 하루 끝 10분, 사진/노트/다운로드 폴더 정리
  • 내일 할 일 3가지만 작성(과제, 운동, 정리 중 택3)

이런 루틴은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건 ‘반복 가능한 최소 단위’로 만드는 것. 작은 성공이 쌓이면, 더하기는 쉬워집니다.

7. 브랜드와 도시가 해야 할 일: 규제, 협동, 그리고 새로운 포맷

전통 간식이 다시 거리에 서려면 개인의 의지에만 맡겨선 어렵습니다. 원재료 공동 구매, 협동조합 형태, 지역 상권과의 수평적 파트너십 같은 구조적 해법이 필요합니다. 행정은 위생과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임시 판매 허가’나 ‘도시형 야시장’ 같은 완충 지대를 넓혀야 합니다.

1020세대를 고객으로 삼고 싶다면, 다음 세 가지를 고려해 볼 만합니다.

  • 카페형 포맷: 위생·좌석·결제의 완결성 + 시즌 메뉴
  • 위치 기반 알림: ‘오늘만 하는 팝업’ 같은 즉시성 강화
  • 참여형 콘텐츠: 스탬프·굿즈·한정 도장을 통한 경품보다 ‘기록성’에 집중

핵심은 ‘정서’를 상품화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추억은 덤으로 따라옵니다.

8. 결론: ‘추억’을 덜어냈다고 해서 ‘가벼운’ 세대는 아니다

1020세대는 추억을 모르는 게 아니라, 지금 내 삶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선택을 합니다. 빠르게 바뀌는 취향은 ‘얕음’이 아니라 ‘맥락에 맞는 최적화’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전통은 ‘형태’를 고집하기보다 ‘경험의 기준’을 현재에 맞게 조정해야 합니다.

거리의 붕어빵이 다시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가격과 자리, 그리고 취향—이 세 가지 퍼즐을 맞출 수 있다면요. 동시에 1020세대의 일상은 디지털과 공간 루틴 위에서 더 단단해질 겁니다. 결국 중요한 건 선택을 돕는 환경 설계입니다. 개인에게는 책상 위 작은 타이머가, 도시에겐 합리적 규제가, 상인에게는 협동의 구조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작고 현실적인 변화가 일상의 온도를 바꿉니다. 그 온도는 세대를 잇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같은 카테고리 게시물
최근 다른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