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경상수지 135억달러 흑자, 동월 최대·역대 2위…반도체·승용차 수출이 견인
9월 경상수지가 134억7천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반도체가 슈퍼사이클 구간에 진입하며 수출이 9.6% 늘었고, 승용차 등 비IT 품목도 선방했습니다. 29개월 연속 흑자로 기조는 견고합니다.
1. 한눈에 보는 9월 경상수지
동월 기준 사상 최대, 월간 기준 역대 2위
2017년 9월 이후 두 번째 규모
수출 +9.6%, 수입 +4.5%
운송 적자 전환으로 적자폭 확대
9월 기준 역대 2위
직접·증권투자 모두 증가
숫자만 놓고 보면 “수출이 이끌었고, 서비스가 발목을 잡았으며, 본원소득이 받쳐줬다”로 요약됩니다. 중요한 건 흐름인데, 29개월 연속 흑자는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구조적인 개선 신호로 읽힙니다.
2. 수출이 이끈 흑자: 반도체와 승용차
반도체, 슈퍼사이클 초입의 힘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2.1% 증가했습니다. 메모리 가격 반등과 고대역폭메모리(HBM), SSD 등 고부가 제품 믹스 개선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서버용 수요는 생성형 애플리케이션 확산으로 여전히 탄탄하고, AI 가속기 생태계 확장 덕분에 패키징·테스트를 포함한 전방 수요도 견조합니다.
특히 북미 클라우드 고객과 대형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조기 발주가 이어지며, 가격 탄력성이 높은 제품군에서 ASP 상승이 동반되는 모양새입니다. 여기에 공정 미세화 진전, TSV 등 첨단 패키징 수율 안정이 수익성에 우호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승용차와 비IT 품목의 꾸준함
승용차는 14.0% 증가했습니다. 하이브리드와 전동화 전환 모델 비중이 늘며 평균판매단가(ASP)가 오른 덕분입니다. 유럽과 동남아에서의 라인업 다변화도 도움이 됐습니다. 화학공업제품(+10.4%), 기계류·정밀기기(+10.3%), 무선통신기기(+5.3%) 등도 고르게 플러스였습니다.
반면 컴퓨터 주변기기는 -13.5%로 약세였습니다. 팬데믹 이후 교체 수요가 둔화했고, 고가형 모니터·주변기기 비중이 줄며 단가 하락이 영향을 줬습니다.
3. 수입이 늘었는데도 흑자인 이유
9월 수입은 4.5% 증가했습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유(-13.3%)와 석유제품(-9.8%)이 줄었지만, 자본재와 소비재가 늘었습니다. 정보통신기기(+29.9%), 수송장비(+24.4%), 반도체 제조장비(+11.6%)가 대표적입니다. 영업일수 증가와 내수 회복이 한몫했습니다.
핵심은 “질의 변화”입니다. 원자재보다는 생산능력 확장과 고도화에 필요한 자본재 비중이 커졌습니다. 이는 당장의 수입 증가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수출 잠재력을 높이는 투자로 연결됩니다.
소비재 측면에서는 승용차(+36.3%)가 두드러졌습니다. 고금리 국면에서 수요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신차 출시·공급 정상화가 수요를 견인했습니다.
4. 서비스수지 적자 확대, 무엇이 달라졌나
서비스수지는 -33.2억달러로 전월 대비 적자 폭이 커졌습니다. 여행수지 적자는 다소 축소됐지만, 운송수지가 5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글로벌 해상운임의 변동성과 공컨테이너 회송 비용 증가, 항만 혼잡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지식재산권사용료 수지는 사용료 수입 둔화로 적자 폭이 확대됐습니다. 대형 글로벌 빅테크의 비용 효율화 기조와 로열티 구조 조정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다만 본원소득수지의 배당 유입이 이를 일정 부분 상쇄했습니다.
5. 본원소득·금융계정의 흐름
본원소득수지: 배당의 힘
본원소득수지는 +29.6억달러로 9월 기준 역대 2위입니다. 계절적 요인이 소멸되며 배당소득 흑자 폭이 확대됐습니다. 해외 자회사 배당과 해외 투자자산에서의 이자 수입이 안정적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금융계정: 위험자산 선호 회복
금융계정 순자산은 +129억달러였습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주식 중심)가 늘었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투자도 고르게 유입됐습니다. 정책 금리 고점 부근에서의 기대와 글로벌 관세 리스크 완화 조짐, AI·차량전동화 테마의 성장 기대가 맞물린 흐름입니다.
6. 지역별·품목별 변화 포인트
지역별 수출
- 동남아: +21.9%로 두드러진 증가. 전자 부품과 자동차 부품이 동반 견인.
- EU: +19.3% 증가. 친환경차와 배터리 소재 수요가 유지.
- 일본: +3.2% 증가. 장비·소재 교역의 회복 조짐.
- 미국: -1.4% 감소. 고금리 장기화의 소비 둔화, 일부 재고 조정 영향.
- 중국: 소폭(+0.4%) 증가. IT 부문 저점 통과 신호.
품목별 스냅샷
- 반도체: +22.1%. 메모리 가격 반등과 HBM 수요 확장.
- 승용차: +14.0%. 전동화·SUV 라인업이 ASP를 끌어올림.
- 화학공업제품: +10%대 증가. 다운스트림 재고 재축적.
- 정보통신기기 수입: +29.9%. 내수 회복과 기업 IT 투자 재개.
-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 +11.6%. 미세공정 투자 지속.
7. 135억달러의 의미: 동월 최대와 누적 최고치
이번 9월 흑자(134.7억달러)는 9월 기준 사상 최대, 월간 기준으로는 역대 2위입니다. 전월 대비로도 43.2억달러 확대되었습니다. 무엇보다 1~9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가 827.7억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즉,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연중 흐름 자체가 좋다는 뜻입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초입, 자동차 수출 다변화, 원자재 가격 안정세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입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장비 수입 증가) 또한 향후 생산능력을 키우는 ‘선행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서비스수지의 만성 적자, 운송·사용료의 변동성은 계속되는 과제로 남습니다. 여행·콘텐츠·엔지니어링 등 고부가 서비스의 수출 경쟁력을 키우는 정책·민간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8. 향후 체크포인트: 유가, 관세, 물류, 환율
국제유가
원유 가격이 재차 상승하면 교역조건이 악화되어 상품수지의 개선폭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석유화학 마진에도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관세·통상 리스크
관세 협상 리스크가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가 있으나, 전기차 보조금·원산지 규정 등은 여전히 변동성이 큽니다. 수출 다변화는 필수 전략입니다.
물류와 운임
해상 운임의 변동성, 혼잡, 회송 비용은 운송수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스팟 운임 급등 구간의 헤지 전략이 필요합니다.
환율
원화 강세는 수입단가를 낮추지만, 단기적으로 수출 단가 경쟁력에는 부담입니다. 다만 반도체처럼 가격탄성보다 수요가 지배적인 품목에서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입니다.
9. 업계에 미칠 파장: 반도체·자동차·장비
반도체
서버·AI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2025~2026년으로 이어지는 HBM·DDR5 전환은 설비투자를 자극합니다. 장비·소재·패키징 기업까지 수혜 범위가 확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자동차
미국 이외 지역에서의 수출 다변화가 확인됐습니다. 유럽·동남아 중심으로 친환경 라인업 확대가 계속된다면 ASP 개선 효과는 지속 가능합니다.
장비·자본재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 증가가 신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미세공정 투자와 패키징 고도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중장기 생산성 개선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10. 요약 정리와 체크리스트
- 핵심 요약: 9월 경상수지 134.7억달러 흑자, 동월 최대·역대 2위. 29개월 연속 흑자.
- 추진 동력: 반도체(+22.1%), 승용차(+14.0%), 비IT 품목의 동반 회복.
- 경계 포인트: 서비스수지 적자 확대(운송 적자 전환, 사용료 둔화).
- 선행 신호: 자본재·장비 수입 증가 → 향후 수출 잠재력 확장.
- 체크 리스트: 국제유가, 환율, 통상환경, 물류비, IT 투자 사이클.
메모: ‘135억’이라는 숫자는 경상수지 흑자의 크기를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숫자 뒤의 구조를 보면, 반도체 슈퍼사이클, 자동차 수출 다변화, 자본재 투자 확대라는 세 축이 현재의 흐름을 만들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 달의 변동성은 있겠지만, 추세는 쉽게 꺾이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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