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전동킥보드 단속, 피의자 된 경찰…불합리한 구조 어디서 끊을 것인가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타던 10대 단속 과정에서 학생이 크게 다치고, 현장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송치됐다. 단속의 필요성과 안전 사이, 무엇이 먼저 바뀌어야 할지 차분히 짚어본다.
사건 개요: 왜 경찰이 피의자가 됐나
인천 부평의 한 도로. 안전모 없이 인도로 주행하던 고등학생 일행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라이더의 팔을 붙잡았고, 이때 학생이 넘어지며 중상을 입었다는 것이 사건의 뼈대다. 응급실 이송과 치료 끝에 학생은 퇴원했지만, 결과적으로 단속과 부상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면서 경찰관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핵심은 ‘단속이 정당했는가’가 아니라 ‘그 방식이 안전했는가’다. 법규 위반을 멈춰 세울 필요는 분명했지만, 물리적 제지가 과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단속 필요성과 안전 배려 사이 균형을 놓치면, 현장 경찰은 순식간에 피의자가 된다.
정당한 공무 집행이라도 위해가 예상되는 물리력은 최후 수단이어야 하고, 위험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면 그에 맞는 다른 선택지가 있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무엇이 불법인가: 현행 법규 핵심 정리
개인형 이동장치(PM)로 분류되는 공유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이 필요하며, 인도 주행은 금지다. 안전모 착용은 의무이며, 2인 탑승 역시 불법이다. 간단히 말해 ‘면허·헬멧·차도(자전거도로 포함)·1인 탑승’이 기본 원칙이다.
문제는 대여 단계다. 이용자는 면허가 필요하지만, 대여 사업자에게 법정 의무 수준의 면허 확인 절차가 명시돼 있지 않아, 앱 몇 번의 터치만으로 무면허 사용자도 손쉽게 탑승할 수 있는 구조가 남아있다. 이 공백이 현장 단속의 부담을 키운다.
핵심 포인트 면허 필요 / 안전모 필수 / 인도 주행 금지 / 2인 탑승 금지. 이 네 가지를 어기면 단속 대상이 된다.
현장 단속의 딜레마: 안전과 제지의 충돌
전동킥보드는 짧은 거리에서도 시속 20km 이상 속도를 낸다. 도주를 막기 위해 팔을 잡거나 진로를 막는 방식은 즉각적인 제지 효과가 있지만, 넘어짐과 충돌을 동반할 수 있어 2차 피해 위험이 높다. 반면 추격을 지양하고 기록·영상 확보 후 사후 조치에 의존하면 현장 억지력은 떨어진다.
단속 현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안전한 구간으로 유도 후 정지 명령. 둘째,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시비가 엇갈리지 않도록 경고 방송과 녹화를 병행. 셋째, 도주 시는 근접 제지보다 번호·시간·위치 등 식별 정보 확보를 우선하고, 플랫폼 협조로 사후 처벌을 강화한다. 이상적이지만, 실제로는 인도 주행과 보행자 위험이 동시에 나타나 적용이 쉽지 않다.
현장 요령의 표준화가 없으면, 각자 판단의 편차가 커지고 사건·사고로 이어진다. 단속 절차 매뉴얼의 ‘안전 우선 단계별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구조적 문제: 면허 확인 공백과 책임의 불균형
지금의 체계에서 수익은 대여 사업자가 얻고, 사고·민원·형사 책임의 상당 부분은 사용자와 경찰에게 전가된다. 면허 인증이 강제되지 않은 채 이용 활성화에만 초점이 맞춰지면, 무면허 이용자는 계속 유입되고 단속은 끝없는 추격전이 된다.
사업자 측의 자율 인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앱 내 면허 사진 업로드 정도로는 도용과 변조를 막기 어렵다. 게다가 청소년 사이에서 공유 계정이나 성인 지인의 계정을 쓰는 편법도 흔하다. 결과적으로 거리에서는 ‘타는 사람은 쉽게 타고, 멈추게 하는 사람만 어려운’ 역설이 벌어진다.
책임의 축이 어긋난 상태에서 현장만 강하게 누르면, 같은 사고는 형식만 바꿔 반복된다.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단속 강화는 곧 분쟁 강화로 이어진다.
수치로 보는 현실: 10대의 무면허, 얼마나 흔한가
최근 집계에서 무면허 PM 단속 건수 중 10대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학원가, 역세권, 대단지 주변에 공유킥보드가 밀집돼 있고, 통학·이동 수요와 맞물리며 청소년 이용이 꾸준히 늘어난 탓이다. 안전교육 노출은 적은 반면, 접근성은 지나치게 높다.
특히 주말 저녁과 등·하교 시간대, 보행자와 동선이 겹치는 인도·상가 앞에서 사고 위험이 높다. 2인 탑승과 무단 횡단, 신호 무시에 더해 안전모 미착용이 겹치면, 경미한 접촉도 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 통계의 이면을 설명한다.
해외 사례로 본 해법의 단서
해외 주요 도시들은 ‘사전 인증과 사후 책임’을 병행한다. 일부 도시는 운전면허 실물 스캔과 얼굴 인식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무면허·미성년 계정 사용이 적발되면 계정 영구 정지와 과태료를 동시에 부과한다. 야간에는 최고속도를 자동 제한하며, 보행자 밀집 구역에서는 지오펜싱으로 시속 8~10km 수준으로 강제 감속한다.
또한 플랫폼과 경찰 간 실시간 조회 협약을 마련해, 위험 운전 신고 시 해당 기기의 위치·이용자 식별을 신속히 공유한다. 핵심은 ‘현장 추격을 줄이는 대신, 사후 책임의 확실성을 높이는 것’이다. 눈앞에서 세우지 못하더라도 결국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을 심으면, 무리한 제지를 할 이유도 줄어든다.
바꿔야 할 것들: 정책·현장·플랫폼 개선안
1) 정책: 면허 확인 의무화와 연동 제도
앱 가입·대여 단계에서 면허 실명 인증을 의무화하고, 운전면허 정보와 실시간 대조하는 API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단순 사진 업로드가 아니라 ‘실물 스캔+라이브니스(깜빡임 등)+면허 DB 대조’의 3단계가 최소 기준이어야 한다.
미성년자·무면허 대여 적발 시에는 플랫폼 과징금과 함께 일정 기간 대여 제한이 자동 적용되도록 해, 수요 자체를 줄여야 한다. 동일 계정으로 반복 적발 시 단계적 상향 제재(과태료, 이용정지, 행정처분)를 부과하는 체계도 병행이 필요하다.
2) 현장: 안전 우선 단속 프로토콜 표준화
위험 제지 금지 구역(보행밀집, 교차로 전·후 30m 등)과 허용 구역을 명확히 하고, 고속 근접 제지 대신 경고 방송·바디캠 고지·영상 확보·사후 요청(플랫폼 정보 연계)을 우선하도록 표준화해야 한다. 인도 주행처럼 즉시 위험이 큰 경우에도 차량과의 충돌 가능성이 낮은 안전지대 쪽으로 유도한 뒤 정지 명령을 하도록 단계화한다.
바디캠·웨어러블 경광등·휴대용 확성기 등 장비도 현장에 맞게 재편해야 한다. ‘어떻게 기록했고 무엇을 고지했는지’가 사후 판단의 핵심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3) 플랫폼: 기술로 줄이는 무면허와 난폭 주행
지오펜싱으로 보행 밀집 구역의 속도를 자동 제한하고, 심야 시간에는 출발 자체를 제한하는 ‘쿨다운 존’을 확대한다. 스마트폰의 모션·GPS 패턴으로 2인 탑승을 추정해 경고·감속을 적용하는 기능도 충분히 가능하다. 전동킥보드에 장착된 IMU(관성측정장치) 데이터를 활용하면 급가속·급회전을 탐지해 즉시 속도 제한을 걸 수 있다.
아울러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이 사건번호를 입력해 이용자의 식별 키만 조회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보호형 단서 제공’ 체계가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실시간 추격보다 사후 책임의 확실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
시민이 할 수 있는 안전 체크리스트
보행자와 라이더 모두 작은 습관이 사고를 크게 줄인다. 아래 항목을 주변과 공유해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 헬멧은 선택이 아니라 최소 안전장치. 턱끈까지 반드시 체결한다.
- 인도·횡단보도 주행 금지. 자전거도로가 없다면 차도 우측 가장자리로, 보행자 보호가 최우선이다.
- 2인 탑승 금지. 무게가 늘면 제동거리와 균형이 급격히 나빠진다.
- 야간에는 전조등·후미등 점등. 어두운 옷차림은 피하고, 반사 소재를 활용한다.
- 비·눈길에는 속도를 절반 이하로. 배수구·맨홀·페인트 구간은 특히 미끄럽다.
- 주정차는 보도 중앙이 아닌 가장자리 지정 구역에. 사진으로 반납 증거를 남겨 분쟁을 줄인다.
청소년 보호자라면, 계정 공유 금지와 헬멧 상시 비치, 야간 탑승 제한을 생활 규칙으로 정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자주 묻는 질문: 오해와 사실
Q1. 무면허로 살짝 타도 단속되나요?
거리와 상관없이 운전면허 없이 주행하면 위반이다. 특히 인도 주행·2인 탑승·헬멧 미착용이 함께 발견되면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
Q2. 경찰이 잡으려다 다치게 하면 무조건 과잉 단속인가요?
무조건은 아니다. 다만 단속과 부상 사이 인과관계, 위험 예견 가능성, 대체 수단 존재 여부가 핵심 판단 요소다. 안전을 우선한 단계별 절차가 중요하다.
Q3. 사업자는 면허 확인을 꼭 해야 하나요?
현행 제도상 강제 의무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공백이 발생한다. 제도 개선을 통해 실명·면허 실시간 인증을 법정 의무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Q4. 보행자와 사고가 나면 누구 책임인가요?
상황별로 다르지만, 인도 주행·신호 위반 등 명백한 위반이 있으면 라이더 과실이 크게 인정된다. 기록(영상·사진·앱 로그)이 분쟁 해결의 핵심이다.
마무리: 반복을 멈추는 최소 조건
무면허 단속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하지만 물리력에 기대는 현장 대응만으로는 같은 사건이 반복된다. 대여 단계의 면허 인증 의무화, 지오펜싱·속도 제한 같은 기술적 안전장치, 그리고 안전 우선 단속 프로토콜이 동시에 돌아가야 한다.
거리의 안전은 어느 한쪽의 희생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타는 사람, 멈추게 하는 사람, 빌려주는 시스템이 각자 책임을 나눠지기 시작할 때 비로소 균형이 맞는다. 지금 필요한 건 ‘더 세게’가 아니라 ‘더 정확하게’다.
이 글은 공개된 사건 구도를 바탕으로 구조적 문제와 개선 방향을 정리한 해설이다. 누구의 편을 들기보다 반복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공감대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