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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미시스 노승호의 싱어게인4 무대와 돌아온 목소리의 의미

2025년 10월 16일 · 22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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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싱어게인4 본선에서 69호 가수로 등장한 네미시스의 보컬 노승호. 대표곡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다시 꺼내 들며, 탈락 위기에서 김이나의 슈퍼 어게인으로 반전의 문을 열었다. 이 무대가 남긴 여운과 앞으로의 변주를 차분히 정리해본다.

1. 69호 가수의 등장, 익숙한 목소리가 불러낸 긴장

무대에 불이 들어오고, 첫 소절이 시작되는 순간 객석의 공기는 단정히 정리되었다. 표정을 절제한 채로 호흡을 고르는 모습, 과하게 힘을 주지 않으면서도 긴장을 놓치지 않는 동선.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 중 일부는 목소리만으로 정체를 짐작했다고 한다. “아, 그 톤.” 오래된 음악 기억을 불러내는 데는 한 사람의 음색이 충분했다.

익숙함은 때로 리스크가 된다. 과거의 이미지에 갇힐 수도 있고, 반대로 가장 큰 무기가 되기도 한다. 69호 가수가 선택한 전략은 후자였다. 본인 색을 가장 또렷하게 담을 수 있는 곡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방송 정보에 따르면 69호 가수는 네미시스의 보컬 노승호.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다시 무대에 올리며 본선 초반부터 눈길을 모았다.

2.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다시 부른 이유와 해석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네미시스의 대표곡으로, 화려한 멜로디 라인과 드라마틱한 전개, 고음이 터지는 후반부가 특징이다. 원곡의 강점을 살리되, 이번 무대는 과거보다 덜 화려하고 더 농도 짙게 흘렀다. 템포감과 다이내믹의 대비를 조금 더 섬세하게 쌓아 올리는 쪽을 택했고, 그 결과 곡의 정서는 덜 번쩍이되 오래 남는 여운으로 바뀌었다.

초반부의 저음 파트에서는 자극을 줄이고 공간을 남겨뒀다. 가사를 한 단어씩 눌러 담는 발성과 호흡 사이의 숨결이 관객의 집중을 끌었다. 후반부에 이르면 고음의 개방폭이 넓어지면서도, 미세한 비브라토를 길게 끌지 않고 직선에 가까운 톤으로 밀어 붙였다. 그 결이 만들어낸 건 ‘감정의 과시’가 아니라 ‘감정의 기록’이었다.

한 곡을 다시 부른다는 건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발을 딛는 지점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이번 무대는 네미시스 시절의 상징을 빌리되, 지금의 시간을 담백하게 증명했다.

3. 심사평, 결과, 그리고 슈퍼 어게인의 순간

무대 직후 객석과 심사위원석이 잠시 멈췄다. 감정선이 도달한 지점을 확인하는 일종의 정적이었다. 일부 심사위원은 “들어올 때보다 훨씬 자유로웠다”는 인상평을 남겼지만, 득표 결과만 보면 3어게인으로 탈락 위기에 놓였다. 여기까지가 전형적인 오디션의 기승전이었다면, 이 장면에서 ‘전(轉)’이 달라졌다.

김이나 심사위원이 슈퍼 어게인을 사용했다. “그냥 보내기엔 아까운 무대였다”는 짧은 코멘트와 함께. 이 한 번의 버튼은 결과를 뒤집기보다, 무대 해석의 여지를 조금 더 보자고 제안하는 장치다. 그리고 그 제안은 설득력을 얻었다. 객석의 탄성, 가수의 짧은 미소, 어깨에서 힘이 빠지는 순간까지 모두 화면에 남았다.

핵심: 69호 가수 네미시스 노승호는 3어게인으로 탈락 위기였으나, 김이나의 슈퍼 어게인으로 2라운드에 진출했다.

4. 네미시스라는 밴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

네미시스는 2000년대 중반 록 신에서 선 굵은 멜로디와 서정성을 앞세운 팀으로 회자된다. 사운드는 드라마틱한 전조와 후렴의 개방감이 특징이고, 가사는 다소 고전적인 비유를 활용하되 멜로디와 찰떡처럼 결합한다. 한 번 익힌 후렴을 오래 흥얼거리게 만드는 구조다.

보컬 톤은 묵직한 미성에 가깝다. 명확한 발음과 롱톤의 직선성이 합쳐져 밴드 사운드 위에서도 존재감이 꺼지지 않는다. 그래서 팬들은 시간이 흘러도 그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본다. 오랜만의 등장이 화제가 되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음색 자체가 저장된 체험에 가깝기 때문이다.

밴드 출신 보컬이 경연에 설 때 흔히 겪는 고민은 ‘밴드의 그림자를 어디까지 데려갈 것인가’다. 이번 선택은 밴드의 핵심 상징을 들고 와서 현재 시점의 해석을 덧입히는 방식이었다. 낡지 않게 꺼내는 법을 꽤 신중하게 고른 셈이다.

5. 무대에서 보인 디테일과 보컬 텍스처

5-1. 호흡의 길이와 쉼표 배치

초반 구간에서 호흡을 크게 쓰지 않고 짧게 끊어 가사를 또렷이 전달했다. 과거 라이브에서 길게 밀던 프레이즈를 이번에는 두 개로 나누며 의미 단위에 맞춘 쉼을 주었다. 덕분에 감정선이 과열되지 않고 단단해졌다.

5-2. 성구 전환과 고음 처리

클라이맥스에서 흉성에서 두성으로 넘어가는 경계가 자연스러웠다. 전환점에서 소리를 얇게 빼는 대신, 호흡 압력을 적당히 유지해 밀착감을 살렸다. 이게 과장된 비브라토나 과도한 폴세토로 흐르지 않게 하는 키였다.

5-3. 공명 위치의 이동

1절 중반까지는 구강 공명 중심의 어두운 톤으로, 후반부 전개에선 비강의 밝기를 조금 올리는 방식으로 대비를 만들었다. 같은 음역이라도 공명 위치가 이동하면 곡의 표정이 달라진다. 이 변화가 무대의 서사를 탄탄하게 했다.

5-4. 제스처와 시선

손 제스처는 최소화했고, 시선 처리로 임팩트를 만들었다. 클라이맥스 직전 아래로 시선을 떨어뜨렸다가, 소절이 터질 때 정면을 향한다. 이 타이밍은 음악적 포인트와 정확히 겹치며 감정의 ‘열림’을 시각적으로도 전달한다.

6. 시청자 반응과 향수, 그리고 공감

방송 직후 반응의 결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왜 더 많은 어게인이 나오지 않았나”에 대한 아쉬움, 다른 하나는 “슈퍼 어게인으로 이어갈 스토리를 보게 되어 다행”이라는 안도였다. 두 감정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무대가 남긴 여운이 크면, 판단의 간극도 함께 커지는 법이다.

특히 2000년대 록 발라드를 즐겨 들었던 층에서의 반응이 뜨거웠다. 한때 플레이리스트의 중심이었던 보컬이 지금의 기술과 감정으로 같은 곡을 다시 해석하는 모습을 보는 건, 개인의 청취 기억을 업데이트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 무대는 향수 소비가 아니라 ‘기억의 재편집’에 가깝다.

시청자들이 기억하는 건 대체로 명장면 한 컷이다. 이번 회차에선 슈퍼 어게인 버튼과 그 직후의 표정, 그리고 인터뷰에서 살짝 떨리던 목소리가 그 컷을 완성했다.

7. 이전 시즌과의 차이, 이번 시즌이 보여준 흐름

싱어게인4는 조 구성에서 변주가 생겼고, 심사위원단의 일부 교체로 온도도 달라졌다. 첫 회부터 올 어게인이 연이어 등장했지만, 동시에 개성의 밀도가 부족하면 기대 이하의 점수를 받는 장면도 선명했다. 그 사이에서 69호 가수의 무대는 ‘과거의 상징을 현재로 옮기는 법’이라는 과제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이전 시즌들이 캐릭터의 발굴과 재조명을 중심으로 했다면, 이번 시즌은 서사와 해석의 싸움이 더 눈에 띈다. 같은 노래를 가지고도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판정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그 증거다. 슈퍼 어게인은 그 흔들림 속에서 “조금 더 보자”에 표를 던지는 제도적 안전핀처럼 작동한다.

8. 다음 라운드 관전 포인트와 기대 곡

8-1. 선곡 전략

다음 라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선곡이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 또 다른 네미시스 레퍼토리로 팬덤의 기억을 이어 가는 길. 둘, 전혀 다른 장르의 곡을 통해 보컬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길. 전자는 메시지를 공고히 하고, 후자는 심사위원의 평가 스케일을 넓힌다.

8-2. 편곡의 방향

이번 무대에서 보인 절제와 여백의 미를 유지하되, 중반부에 한 차례 강한 전환을 넣는 방식이 유효하다. 스트링 패드나 잔잔한 일렉기타 아르페지오로 질감을 쌓고, 브릿지에서 리듬을 살짝 흔들어 다이내믹을 끌어올리면 클라이맥스의 설득력이 배가된다.

8-3. 스토리텔링

그가 인터뷰에서 남긴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은 충분한 스토리 라인이다. 다음 무대에서 이 문장을 구체화하는 장면—이를테면, 과거의 자신에게 쓰는 편지 같은 서사 혹은 지금의 일상에서 길어 올린 단어들—를 곡의 해석에 녹여내면, 무대의 집약도가 올라간다.

9. 참고 정리와 작은 부록

9-1. 이번 회차의 맥락 속 69호 무대

  • 경연 초반, 재야의 고수 조가 기대와 긴장을 동시에 키웠다.
  • 여러 참가자들이 각자의 개성으로 올 어게인을 받아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 69호 가수는 3어게인으로 탈락 위기였지만, 슈퍼 어게인으로 다음 라운드를 예약했다.

9-2. 네미시스 보컬 톤의 특징 한눈에 보기

  • 직선적인 롱톤: 불필요한 장식을 줄이고 의미 단위를 강조.
  • 공명 이동의 대비: 초반 어둡게, 후반 밝게—곡의 표정 변화 유도.
  • 호흡의 절제: 감정보다 문장을 앞세워 여운을 남김.

9-3. 이번 무대가 남긴 문장

오늘 무대는 또 다른 시작이었다. — 말보다 노래가 이 문장을 충분히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회차를 보며 가장 크게 남은 건 ‘익숙함의 새로운 쓰임’이었다. 과거의 상징을 다시 꺼내 들되, 그때의 방식으로 반복하지 않는 태도. 네미시스의 노승호는 그 미세한 줄타기를 조심스럽게 해냈다. 다음 무대에서 이 균형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길, 그래서 오래 남는 장면이 한 컷 더 생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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