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법 제70조, 무엇을 금지하나: 조진웅 보도 논란으로 본 ‘조회 금지’의 경계
유명인의 과거 보도로 촉발된 논쟁 속에서 소년법 제70조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이 조항이 지키려는 가치, 언론과 공공기관이 넘지 말아야 할 선, 그리고 우리가 오해하기 쉬운 지점을 차분히 짚어봅니다.
1) 소년법 제70조 핵심 정리
소년법 제70조는 ‘소년 보호사건’과 관련한 정보의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며, 관계 기관이 재판·수사·군사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조회에도 응하지 못하도록 규정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소년 사건 기록은 원칙적으로 잠겨 있다”에 가깝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 대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응해서는 안 된다’의 주체는 사건과 관계가 있는 기관이라는 점. 둘째, 예외는 매우 좁게 열려 있다는 점입니다. 즉, 일반적 호기심이나 보도 편의성은 예외 사유가 아닙니다.
- 대상: 소년 보호사건 관련 정보
- 주체: 관계 기관(예: 가정법원 등)
- 허용: 재판·수사·군사상 필요 시
- 금지: 그 밖의 모든 조회·응답
2) 왜 비공개가 원칙인가: 소년의 재사회화
소년사건 비공개는 ‘응보’보다 ‘교화’와 ‘재사회화’를 중시하는 철학에서 출발합니다. 미성년 시기의 일탈을 영구적 낙인으로 고정하면, 사회 복귀가 막혀 재범 가능성만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법은 오래전부터 우려해왔습니다.
그래서 소년보호사건의 절차는 전과와 달리 ‘장래 신상에 불이익을 남기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왔고, 기록 접근은 엄격히 제한됩니다. 이 원칙을 무너뜨리는 정보 유출은 개인의 회복 가능성을 줄이고 공동체의 교정 시스템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3) 최근 보도 논란으로 본 쟁점 정리
최근 유명인의 과거 소년사건 기록 접근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습니다. 핵심은 “그 정보가 어떻게 밖으로 나왔는가”입니다. 만약 관계 기관이 금지된 조회에 응했다면 소년법 제70조 위반 소지가 됩니다. 반대로, 정식 재판·수사 목적의 합법적 절차가 있었다면 예외 사유가 될 수 있겠죠.
여론은 크게 두 방향으로 갈립니다. 하나는 피해자 관점의 무게추를 강조하며, 중대한 사건에 대한 사회적 판단과 책임을 묻는 흐름. 다른 하나는 교화 가능성과 정보 비공개 원칙을 들어 과거의 낙인화를 경계하는 흐름입니다. 어느 쪽이든 ‘법의 절차’는 선행되어야 하며, 절차의 정당성은 논쟁과 별개로 확인될 필요가 있습니다.
- 정보 출처의 적법성(기관의 응답 여부, 경로)
- 소년보호사건과 형사사건의 구분
- 보도의 공익성·상당성·필요 최소성
4) 형사재판 vs. 소년보호처분: 용어 하나가 바꾸는 결과
‘형사재판을 받았다’와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는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문장입니다. 형사재판은 형법 체계에서 처벌을 목적으로 하고 전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소년보호처분은 가정법원에서 교화를 중심으로 판단하며 장래에 영향을 남기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보도에서 두 용어가 혼용되면 대중은 실제보다 훨씬 무거운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팩트 체크의 기본은 ‘절차의 성격’부터 정확히 구분하는 것입니다.
무엇이 달라지나
- 절차 관할: 형사법원 vs. 가정법원
- 목적: 처벌 중심 vs. 교화 중심
- 결과: 전과 가능 vs. 장래 불이익 배제 지향
5) 언론의 공익성과 한계: 어디까지 보도 가능한가
언론은 공익을 위해 사실을 밝힐 자유가 있습니다. 다만 그 자유는 타인의 인격권과 법이 보호하는 비공개 영역과 충돌할 수 있죠. 소년법 제70조는 ‘기관의 조회 응답’을 금지해 취재 경로를 엄격히 제한합니다. 만약 취재 과정에서 금지된 경로로 정보가 흘렀다면, 그 자체로 심각한 법적 쟁점이 됩니다.
공익성 판단은 보통 다음을 따져봅니다. 현재적 공익이 강한가, 당사자의 반론권과 맥락이 충분히 반영됐는가, 사실관계가 정확한가, 그리고 필요 최소한의 범위로 보도했는가. 유명인이라고 해서 모든 사생활과 과거 기록이 공적 감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 현재적 위험·공적 책임과의 직접성
- 사실성 검증과 용어 정확성(형사 vs. 보호처분)
- 대체 가능한 덜 침익적 방식이 있었는지
- 반론·설명의 기회 부여
6) 실무 체크리스트: 기관·언론·개인이 지켜야 할 선
관계 기관
- 외부 조회·요청에 대한 응답 금지(재판·수사·군사 목적 예외)
- 기록 보관·접근 권한 분리, 접속 이력 상시 모니터링
- 내부자 유출 방지 교육 및 위반 시 즉각 조사
언론·콘텐츠 제작자
- 취재 경로 합법성 점검: “기관이 금지된 조회에 응한 정보인가?”
- 용어와 절차 구분: ‘소년보호’ ‘형사재판’ 혼동 금지
- 맥락 제시: 사건의 시기, 당시 법·기준, 사후 행적 등 균형 있게
- 필요 최소한 보도 원칙 준수, 불필요한 상세 묘사 자제
개인·플랫폼 운영자
- 확인되지 않은 2차 가공·유포 자제
- 낙인·모욕적 표현, 무단 신상 공개 금지
- 정보 출처가 ‘기관 유출’ 정황이면 공유 중단 및 삭제 고려
7) 자주 나오는 오해 정정
오해 1: “유명하면 과거 기록은 다 공개 대상”
유명세는 공익성과 동일하지 않습니다. 공적 책임과 현재적 위험의 정도, 그리고 법이 보호하는 비공개 영역을 함께 봐야 합니다.
오해 2: “소년보호처분도 사실상 전과”
소년보호처분은 교화가 목적이며 장래 신상에 불이익을 남기지 않도록 구성됩니다. 전과 기록과 동일시할 수 없습니다.
오해 3: “기관이 아니면 아무렇게나 다뤄도 된다”
기관의 응답 금지가 핵심이지만, 유출된 정보를 활용한 유포·보도는 다른 법률(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 정보통신망법 등) 쟁점을 낳을 수 있습니다. 합법 경로와 공익성 판단이 중요합니다.
8) 해외 비교: 청소년 기록 공개의 기준
각국은 청소년 기록 보호에 일반적으로 엄격합니다. 미국에서도 주마다 다르지만 청소년 기록 봉인(sealing)이나 말소(expungement)가 널리 적용됩니다. 유럽 역시 미성년자 정보 보호를 강하게 두고, 언론 보도에서도 식별 가능성 최소화를 권고합니다. 국제적 흐름은 낙인 최소화와 재사회화 기회 보장 쪽입니다.
한국의 소년법 제70조는 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결을 같이합니다. 논란이 있을수록 법이 왜 그렇게 설계됐는지, 목적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9) 정책 논의: 촉법소년 연령, 흉포화, 그리고 기록 관리
최근 청소년 범죄의 흉포화와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맞물리며, 기록 관리 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다만 연령 조정 논의와 기록 비공개 원칙은 별개의 층위입니다. 교화 중심의 틀을 유지하되, 중대 범죄의 피해자 보호와 사회 안전을 어떻게 균형 있게 반영할지 세밀한 설계가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중대 범죄에서의 재범 위험 평가, 보호관찰과 치료 명령의 실효성, 피해자 통지·지원 체계 강화, 그리고 기관 간 정보 연계의 법적 통로 명확화가 함께 논의돼야 합니다. 원칙은 ‘정당한 목적 아래 엄격한 절차’입니다.
10) 정리: 법과 여론 사이의 균형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소년법 제70조는 “재판·수사·군사 목적 외에는 문을 열지 말라”는 규범입니다.
논쟁이 뜨거울수록 절차는 차갑게 작동해야 합니다. 누구의 편을 드느냐보다, 정보가 어떤 경로로 나왔고, 법이 정한 선을 지켰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 사실과 용어의 정확성, 공익성 판단, 필요 최소한 원칙이 흔들리지 않아야 여론도 건강해집니다.
결국 우리가 지키려는 건 두 가지입니다. 피해자 보호와 교화의 가능성. 이 둘을 모두 존중하려면 섣부른 낙인보다 절차적 정의를 앞세워야 합니다. 소년법 제70조는 그 최소한의 울타리입니다.
본 글은 공개된 법령과 일반적 원칙을 토대로 작성된 해설이며, 개별 사안의 법률적 결론은 사정과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